[후니의 IT잼]미국·일본서 30주년 기념판 '클래식 미니' 매진, 5배 가격에 되팔기도…중년들, 추억을 사들였다
닌텐도가 패미컴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클래식 미니'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지난 10~11일 닌텐도가 일본과 미국, 유럽에서 출시한 패미컴(미국판 NES,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복각판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80년대 가정용 게임기가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패미컴 탄생 30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오리지널 제품보다 조금 작은 크기 덕에 '클래식 미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제품의 인기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지난 달 1일 아마존 재팬이 온라인 예약 판매를 시작한지 한시간만에 1인당 구입수량이 1개로 제한됐고, 한나절만에 예판이 마감됐기 때문이다. 출시 이후에는 아마존, 베스트바이, 게임스톱 같은 대형 온라인쇼핑몰에서 준비했던 초기 물량이 모두 팔려나갔다. 온라인 월마트에선 매일 오후 5시에 조금씩 제품을 내놓다가 고객의 성화로 이틀간 더 많은 물량을 풀기로 결정했다.제품 가격은 7만원(6458엔, 59.99달러) 정도로 저렴한 편이지만 중고품 가격은 벌써 2~10배로 치솟았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는 원래 가격의 5배를 매긴 판매글이 올라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병행수입 제품이 정가의 2배가 넘는 16만~18만원선에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게시판에는 추가생산을 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른다. 복수의 외신은 소니의 신형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 프로'와 '클래식 미니'가 같은 날 출시된 것을 두고 '신구(新舊)의 대결'이라는 기사 제목을 뽑기도 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할아버지뻘 게임기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한 셈이다.
미국, 유럽판 NES.
패미컴 클래식 미니는 오리지널 기기의 절반정도 무게에 크기는 어른 손바닥 정도이다. 다행히 콘트롤러 패드의 크기는 옛날 모델과 같다. 구형 TV에 연결할 수 있는 컴포지트 단자가 없고 USB나 HDMI 케이블로 모니터와 연결할 수 있다. 롬 카트리지 삽입구가 있지만 그냥 '장식용'이다.게다가 ‘슈퍼마리오’ 등 내장된 30개의 게임만 플레이할 수 있을 뿐 최신 게임기처럼 온라인 콘텐츠 다운로드를 할 수도 없다. '확장성'이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일체의 개조가 불가능하도록 게임을 내장한 낸드롬이 기판에 단단하게 부착돼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중년층에게 어린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는 게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사실 클래식미니가 없더라도 고전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게임팩에서 추출한 롬 소스가 인터넷에 지천으로 널려있을 뿐더러,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에뮬레이터 프로그램도 20년전부터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클래식 미니가 게임을 즐기기 위함이 아닌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한 용도로 쓰여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패미컴은 이름처럼 ‘패밀리’를 위한 기기가 아니었다. 80년대 일본 경제 호황기에 매일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빠, 외부활동에 바쁜 엄마를 뒀던 아이들이 친구집에 옹기종기 모여 즐기는 게임기였다. 어느새 40대가 훌쩍 넘은 그 시절 소년 세대는 외로울 때 함께 해준 친구를 다시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게임기를 사서 TV에 연결하고 처음 전원을 켰을 때의 전율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는 이유도 있다. 닌텐도가 80년대 느낌이 팍팍 들도록 제작한 제품광고를 보면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온다.<center>
</center>물론 클래식 미니에 수록된 게임들도 하나하나가 '명품'이다. 세계적으로 4000만장 이상이 팔린 ‘슈퍼마리오(1985)’를 비롯해 시리즈 발매 때마다 기본적으로 300만장씩 팔리는 액션어드벤처 게임 ‘젤다의 전설(1986)’, 인디게임 제작자들의 교과서로 불리우는 ‘메트로이드(1986)’ 등 닌텐도의 '역대급' 게임들이 수록됐다. 영국매체 가디언은 “순수한 게임의 재미를 재발견하다”라는 제목의 리뷰에서 클래식미니를 ‘아름답게 포장된 그레이티스트 히트 컴필레이션 앨범(히트곡 모음집)’이라고 지칭했다.사족 - 1. 그나저나 미국판 NES 패키지에는 조작 패드가 왜 하나만 들어갔을까? 혼자 사는 사람이 30년 전보다 확연히 늘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2. 클래식 미니는 90년대에 첫선을 보인 운영체제 '리눅스'로 구동된다. 사실상 작은 리눅스 PC인 셈이다. 지난 15일 한 해커가 '클래식 미니'를 해킹해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 '우분투'를 설치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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