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미더운 국민연금…진즉 중형株 투자 늘린 BOJ와 다르네

-연내 1조 중소형주 투자 계획에도 자산운용업계 반응은 여전히 냉담-토픽스 비중 대폭 확대 나선 일본…강소기업 키우는 전략 돋보여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최동현 기자] 올 들어 '대형주 편식'으로 중소형주 하락에 불을 붙였던 국민연금이 연말까지 국내 증시에 1조원의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불신과 의구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진즉에 중형주 투자 비중을 늘려 균형투자에 나선 일본은행(BOJ)과는 정반대의 행보로 대형주 자금 쏠림을 심화시켰던 만큼 국민연금의 정책 변경이 실제 중소형주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높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1조원의 자금을 운용할 위탁운용사 10곳을 확정했다.  가치형 4곳은 저평가 주식에, 중소형주형 3곳은 중소형주와 코스닥 중심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액티브퀀트형은 현ㆍ선물 차익 거래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운용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총 1조원의 자금이 순차적으로 투입될 것"이라며 "각각의 규모와 시기는 공개할 수 없지만 연말까지는 자금 집행이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1조원 선물 보따리에 대한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그동안 지적돼 온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불균형 현상을 바로잡지는 못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국내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민연금의 중소형주 투자 확대에 따른 수급 개선 효과가 아직 피부로 와닿지는 않는다"며 "국민연금이 연내 1조원을 전부 집행할지, 실제로 코스닥 수급 개선과 지수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고위 임원은 "1조원이 모두 중소형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며 "대형주 위주로 바꾼 자금운용 가이드라인을 수정하지 않는 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이달 들어서도 여전히 코스피 위주로 주식을 사고 있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213억원, 코스피 시장에서는 1821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에서 코스닥보다 8.5배 많은 자금을 집행했지만 11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이 1272조원으로 코스닥(196조원)의 6.5배란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코스피 위주로 자금 집행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으로 중소형주 투자 확대에 나선 가운데 운용업계에서는 국민연금보다 한 발 앞서 중형주 투자 비중을 늘린 일본은행(BOJ)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BOJ는 양적완화와 함께 강력한 발권력을 바탕으로 연간 5조7000억엔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를 직접 사들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돌연 전체 ETF 투자액 중 도쿄 증권거래소 1부 상장 종목 2000개를 아울러 대형주뿐 아니라 중소형주를 다수 편입한 토픽스 비중을 기존 42.3%에서 69.6%로 늘리기로 했다. 반면 유동성이 높은 업종 대표주 225개로 구성된 대형주 위주의 닛케이225 투자 비중을 종전 53.4%에서 28.1%로 줄였다. BOJ가 전체 주식투자액 중 토픽스 비중을 대폭 늘린 것은 일본 경기 부양과 장기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서는 기술력 있는 강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고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자생력이 부족한 튼튼한 중소기업에 돈이 돌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일본 내에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대기업보다는 중견기업쪽으로 흘러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최근 BOJ가 토픽스 비중을 확대하기로 한 만큼 수급 측면에서 그동안 수혜를 보지 못했던 토픽스의 수많은 중견기업들에게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기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BOJ의 인위적인 주가 부양은 부실기업까지 떠받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일본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강소기업으로 유동성을 확대하는 것은 국내 연기금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이다. 국내 운용사 CIO는 "일본 정부는 주식시장에서 정책이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는 심리적 요인을 잘 이해하고 같은 돈을 쓰더라도 외국인 보유 지분이 적고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잘 살리고 있다"며 "시장 유행에 편승해 대형주만 사들였다가 최근 부랴부랴 중소형주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나선 국민연금에 BOJ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꼬집었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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