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을 체포하라'…체육계 시국선언

최순실·장시호 농단 분노, 체육인 592명 모임 동참

체육인 시국선언[사진=문호남 기자]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최순실씨(60) 일가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굵직한 대회를 빌미 삼아 빙상, 스키 등 관련 종목 이권에 개입하려던 정황이 드러나고 정부 예산을 미끼로 체육단체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의혹들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체육계의 분노가 점증하고 있다.체육시민연대와 스포츠문화연구소 주최로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국선언모임에는 체육인 592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최순실 게이트가 열리면서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비상식적 결정들이 모두 풀리고 있다. 최순실이라는 퍼즐을 들이대는 순간 석연치 않았던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경질과 수천억 원대 이권이 걸린 개·폐회식장 설계 변경 등의 실체가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체육인들은 최씨 일가가 관련된 비리를 묵인하거나 편법을 동원해 협조한 혐의를 받는 관계자들을 검찰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9)과 김종 전 제 2차관(55)을 겨냥한 목소리다. 특히 2013년 10월 임명돼 박근혜 정부 최대 장·차관 재직기록을 세우고,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며 실권을 행사한 김종 전 차관에게 비판이 집중됐다. 류태호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체포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대택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도 "스포츠 4대악 척결을 빌미로 김 전 차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김 전 차관을 구속 수사하고, 책임은 청와대가 져야 한다"고 했다. 김종 전 차관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20)가 연계된 승마계 사태와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37)가 주도한 정황이 드러난 동계스포츠 관련 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그가 차관으로 재직하면서 단행한 체육단체 통합 과정에서 강제로 실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체육인 시국선언[사진=문호남 기자]

동계스포츠 사정에 밝은 관계자 A씨는 "장시호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스포츠토토 빙상단에 연간 4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했다. 체육인들의 피땀으로 만든 체육진흥기금을 동원했다. 문체부와 고위 관계자의 묵인 없이 저렇게 큰 돈을 제약 없이 지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전 차관은 체육계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허울을 내세워 전횡을 휘둘렀다. 결국 최순실 사태와 관련된 사람들의 비리를 앞장서서 도와준 셈이다. 우리나라 체육을 40년 이상 뒷걸음치게 했다"고 성토했다. 전직 승마인 출신 B씨는 "정유라 관련 문제로 승마계에 만연한 문제를 사실 그대로 보고한 뒤 공직을 떠난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과 진재수 과장의 좌천에도 김 전 차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죄 없는 이들이 대통령의 한 마디에 쫓겨났다. 복직은 물론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 체육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C씨는 "김 전 차관을 중심으로 체육단체 통합 등 무늬만 개혁을 내세우면서 무엇이 나아졌는지 의문"이라며 "근무 여건이나 대우가 열악해도 애착이 있는 분야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부패한 체육계의 현실이 드러나면서 그나마 남았던 열정마저 사그라든다"고 했다.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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