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詩] 정지의 힘/백무산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일하지 않을 자유, 그 때문에 우리는 일할 권리를 가진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안다  생명의 구심력은 정지의 힘이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그 힘으로 우리는 피어난다  
 흔히 사람들은 계속 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안심한다. 그래야 뭔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야 어쩌면 성공할 수도 비로소 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약간 의심스러워하면서도 에라 모르겠다 그러면서 내처 달리고 달린다. 기차가 달리듯이 버스가 달리듯이 자전거가 달리듯이 달리고 달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달리듯이 씻고 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또 일한다. 일하고 나서 회식을 달린다. 회식을 달리고 나면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달려가서 러닝머신 위를 한참 달리고 달리듯이 양치질을 하고 잠을 청한다. 잠도 칙칙폭폭 잘도 달린다. 그래야 내일 다시 일어나서 일을 할 테니까, 오늘도 그랬듯 내일도 어제처럼 일어나 다시 달려야 하니까. 이유도 모르고 갈 바도 모르는 채로 말이다. 어쩌면 이유가 생길 때까지 갈 데가 생길 때까지 어딘가로 휭하니 갈 수 있는 여유가 마련될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우리는 그저 달리는 기계다. 저 시계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시간 위를 달리는 기계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프랑스혁명 때 시민들이 가장 먼저 부순 건 시계탑이었다고 한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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