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야당이 상설특별검사제 실시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여야가 '최순실 게이트'로 난맥상에 빠진 국정을 되살리기 위한 해법으로 특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정작 협상에 나서지도 못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재석의원 159명 중 112명이 찬성해 '상설특검법안'(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법제사법위원회 대안)을 통과시켰다.
◆왜 민주당이 찬성했는지 모르겠다?…현실론 선택= 30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3월 이뤄진 국회 본회의 표결에선 법안이 무난하게 통과됐다. 반대는 재석 159명 가운데 17명에 그쳤다. 다만 기권이 30명에 달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위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협상의 틀을 이어가겠다고 했으나 결국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가는 모양새를 취했다. 앞서 여야는 이명박 정부 때까지 무려 11차례나 이뤄진 특검이 개별 특검법안에 따라 실시되면서 불편을 겪었다. 그때그때 근거 법률을 제정해야 돼 특검 의결부터 실제 실시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 법이 제정된 만큼 민감한 정치사안에 대해 특검을 꾸릴 경우, 불과 10일 안팎의 시간만 요구될 것으로 관측됐다. 속전속결인 셈이다. 다만, 법안 통과 뒤 단 한 차례도 상설특검이 실시된 적이 없어 '최순실 게이트' 특검이 상설특검법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야당이 상설특검을 전면 반대하고 나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상설특검법안은 애초 여야 합의로 추진됐다. 그런데 막판 본회의 표결 전 같은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의원들이 하나둘씩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나섰다. 기현상이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당시 최원식 민주당 의원과 서기호 정의당 의원도 상설특검법안 가운데 하나를 대표발의했는데, 서 전 의원은 본회의 토론과정에서 반대토론을 신청했다. 그러나 강창희 당시 국회의장은 서 전 의원의 반대토론을 허용치 않았다. 당시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의 반대토론만 허용됐다. 서 전 의원은 토론문을 보도자료 형태로 내 입장을 표명했다. 토론문에는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법제사법위원회 대안)에 반대하는 이유가 명확히 기술돼 있다. "애초 대표발의한 법안과 내용이 전혀 달라 '무늬만 상설특검'이고 오히려 개악됐다"는 설명이다. 상설특검법을 아예 '여당특검' '개악특검' '불능특검'이라 규정했다.
지난 2014년 3월 국회에서 '상설특검법'이 통과된 직후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시된 찬반 투표 결과. 야당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 사진=아시아경제DB
◆"모두 대통령과 여당의 입맛대로 이뤄져…여당특검·개악특검·불능특검"= 우선 상설특검법(제2조1항1호)은 법무부 장관의 판단만으로도 국회 의결 없이 곧바로 특검 수사가 이뤄지게 했다. 과거 11차례 특검에선 전례가 없던 일이다. 법무부 장관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서 전 의원은 "독립된 수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또 상설특검법(제3조)은 특검의 임명을 오로지 대통령과 여당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차관 등이 추천하는 인사 등이 '특검 후보 추천위'에서 후보 2명을 올리고, 대통령이 이 가운데서 1명을 낙점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통령과 여당이 원하는 후보가 특검으로 임명될 수밖에 없는 형태라는 것이다. 아울러 새 법안이 특수 상황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아 국정원 직원이나 대통령 등에 대해 실질적인 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상설특검법의 핵심인 상설특검기구 설치가 법안에는 빠져 있다. 성역 없는 수사에 방점을 찍었다기보다, 단순히 상설특검법 통과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 법안의 통과를 추진했던 당시 민주당 인사들로는 박영선·박지원·박범계 의원 등이 꼽힌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최근 "상설특검은 박(朴) 남매가 만든 것"이라고 일갈한 이유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은 의석의 과반수를 획득한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협상에서 현실론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박범계 의원은 "커다란 절벽을 향해 외치는 공허한 메아리 같았다. 현실의 한계를 넘을 수 없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협상의 틀을 깰 것인지 아니면 그릇이라도 만들어 놓고, 개혁의 화두를 이어갈 것인지만 남았었다"면서 "결국 현실론을 택했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이 대통령과 여당의 입맛에 맞는 특검 임명을 회피하고, 실질적으로 현직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는 광범위한 별도의 특검법을 주장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상설특검 반대입장을 명확히 한 만큼 향후 여당과의 협상에서 이 부분을 설명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과거 상설특검법안에 찬성했던 대목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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