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선]최순실게이트, 새누리당이 책임져야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대통령이 최순실과 관련해 사과한 것은 지난 화요일 오후 4시였다. "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되기 전에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조금 전 나른한 오후 시간을 보내는 중에 JTBC에서 월요일에 이어 더 센 것을 내보낸다는 얘기를 들었다. 입소문대로 그날 저녁에 외교 및 대북정책에 관련된 문서의 유출이 보도됐다. 일반적 정서로는 이것을 연설문 유출보다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 후 불과 4시간 만에 그 사과범위를 넘어서는 사실이 보도된 것이다. 언론이나 정치에서 멀리 있는 나와 같은 이도 4시 이전에 그런 보도가 있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 비서진들은 몰랐었던 것인가? 자기들의 보스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이 정도의 대처능력밖에 발휘하지 못하는가? 아직도 임기가 1년 4개월이 남았다. 그동안 어떻게 꾸려갈지 그것이 걱정이다. 사태수습과 대통령 재임 동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거국내각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과연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어서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야를 넓혀보면 임기가 다 돼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차기 리더십이 등장하도록 서서히 자리를 내주다 보면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오기 마련이다. 가을이 깊으면 나뭇잎이 떨어져야지 앙상해지는 것이 싫어서 잎을 계속 달고 있다면 그 나무는 말라죽거나 얼어 죽는다. 4년이면 에너지가 고갈된다. 이번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측근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문제라서 내상이 더 커졌고 이제 레임덕이 아니라 '다우너 소'가 될 가능성이 있어 심각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댓글수사로 나온 결과를 국가정보원 개혁의 계기로 삼아 털고 갔어야 하는데 이를 못한 것에서 출발한다. 국정원을 국정 장악의 수단으로 삼아 쥐고 있으려는 집착과 탐욕 때문이다. 이렇게 출발하다 보니 인사발탁의 기준이 일 잘하는지가 아니라 내 말 잘 들을지가 된다. 흠이 있는 인사라야 고마운 줄 알고 충성하고, 때로 위협도 통해 조종하기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문제 해결에 무능하고 잇속과 관계에만 밝은 자들에 둘러싸여 지내다 보면 눈과 귀가 멀 수밖에 없다. 이렇게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이 노출되는데 대표기관이 이를 선출한 권력 즉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을 경우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국가학에서 다루는 '파수꾼은 누가 감시하는가'의 문제이다. 전통적인 권력분립론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정당의 역할이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의 의지와 정부정책에 가까이 있는 여당의 책임은 크다. 최근 트럼프를 후보로 내세우게 된 미국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을 보라. 당과 대통령 후보의 관계, 그리고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는 주종관계가 아니라 상호 견제와 균형 속의 협력인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여당의 당론이 여론에 맞지 않아 정국운영이 어려워 여당이 의회 다수당임에도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시켜 야당이 다수당이 되도록 한 사례도 있다. 시라크가 대통령이던 시절이다. 여당이 되면, 대통령이 되면, 이러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여당인 새누리당의 당헌을 보아도 규정에 문제는 없다. 제8조, ‘당과 대통령의 관계’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당의 정강·정책을 충실히 국정에 반영하여야 한다"고 해 대통령도 당의 노선에 구속됨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의미에서도 여당의 책임 통감과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대통령이 무언가 일을 하기에는 임기가 짧다고 하는데 5년도 길다. 이렇게 피리 부는 사나이 쫓아가는 들쥐의 생리를 가진 정당들밖에 없다면.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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