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앙연구소, 웨어러블 로봇 개발 한창
19일 직접 체험해본 현대자동차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에이치렉스.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위잉 칙, 위잉 칙' 팔과 다리를 들어 걷는 동안 마치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기계슈트를 입은 톰 크루즈가 된 듯했다. 로보캅과 아이언맨이 온몸을 철갑으로 무장해 기계로 보이는 것과 달리 웨어러블 로봇은 인체와 기계공학의 절묘한 결합으로 보였다. 평상시 걸음걸이보다는 힘이 덜 들었다. 10kg 정도 무게의 짐을 등에 얹어도 로봇이 하중을 받쳐줘 무겁다는 느낌도 적었다. 19일 방문한 경기도 의왕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는 2009년 설립된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연구조직으로 '기술의 등대' 역할을 한다. 웨어러블 로봇 개발은 연구소 20층에 위치한 인간편의연구팀 로봇 파트에서 맡고 있다. 현재 3종류의 로봇을 개발 중이고 7개의 시제품이 개발됐다. 하반신 마비 환자가 사용할 의료용 착용로봇 에이치멕스(H-MEX), 무거운 화물을 나를 때 유용한 산업용 보조로봇 에이치웩스(H-WEX), 인간 신체 능력을 한층 끌어내주는 보행 보조로봇 에이치렉스(H-LEX) 등이다. 기자가 착용한 것은 에이치렉스다. 어깨 끈을 매고 로봇의 뼈대에 맞춰 몸을 구겨 넣은 후 고정끈으로 로봇과 몸을 단단히 조였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여서 그런지 '입는다'는 느낌보다 몸에 '장착한다'는 느낌이 더 어울렸다. 전원을 켠 뒤 양발의 수평을 조절하고 걸음을 내디뎠다.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걸음을 옮겼는데 평소보다 힘을 덜 들이고 걷는 기분이었다. 무거운 짐을 얹기도 했는데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이 로봇은 신체 능력을 배가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사람의 평균 달리기 속도인 시속 12㎞의 속도로 달릴 수도 있다. 현대차는 이 로봇을 산업현장 또는 이동이 많은 군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료용 로봇은 현동진 인간편의연구팀 로봇파트장이 대신 착용하고 작동 방식을 보여줬다. 발과 다리, 허리를 고정끈으로 맨 후 단추 네 개가 달린 지팡이(클러치) 두 개를 집었다. 이 클러치를 통해 환자가 로봇을 직접 제어하게 된다. 전원을 누르자 로봇 다리가 곧게 펴졌다. 상체를 약간 기울여 왼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클러치에 있는 걷기 단추를 누르자 오른쪽 다리의 무릎이 굽혀지면서 오른쪽 발이 앞으로 나아갔다. 반대편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현 파트장은 계단을 오르는 모습도 보여주고 트레드밀을 걷는 모습도 보여줬다. 다소 어색한 감은 있지만 로봇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정경모 현대차 중앙연구소 인간편의연구팀 책임연구원(왼쪽)이 웨어러블 로봇을 설명하고 있다.
의료용 로봇은 현대차가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교통약자도 이동의 기쁨을 누려 삶의 질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에 개발에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실험 승인을 받고 실험자를 모집하고 있다.현재 웨어러블 로봇 시장은 글로벌 업체 4~5곳이 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인데 현대차가 2014년부터 본격 뛰어들면서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 선도업체로서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부품 국산화, 완제품 수출까지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 파트장은 "현재는 당장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보다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양산까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않았지만 2020년 상용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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