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한때 법정관리까지 내몰렸던 SK하이닉스의 상승세는 한편의 드라마다. 승부처마다 위기는 기회로 작용했고, 그때마다 경영진과 직원들간 신뢰가 빛을 발했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업황이 악화됐을 때에도 '상생협력 임금 공유제'를 시행했다. 임직원이 임금 상승분의 일부를 내면 회사가 상응하는 기금을 내 자금을 조성, 협력사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노사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생산직에도 성과급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부실기업이라는 딱지를 떼어내기 위해 10년 넘게 고군분투한 끈끈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SK하이닉스는 M&A(인수합병)를 통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99년 반도체 빅딜에 따라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통합돼 탄생한 이 회사는 설립 당시 15조8000억원의 부채를 짊어진 골칫거리였다. 2001년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간 SK하이닉스는 5년간의 워크아웃, 10년간의 새 주인 찾기 과정을 거치며 부실 기업이 대명사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눈물겨운 구조조정과 사업부 매각, 노사 화합을 통해 흑자전환과 워크아웃 졸업을 이뤄냈다. 2011년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SK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당시 무리한 M&A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SK그룹의 캐시카우로 부상했다.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난 것이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전경.(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선제적인 투자'가 꼽힌다.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무렵인 2012년 초는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악화되면서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일 때였다. 그러나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직후 시설투자에 3조85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경쟁사들과 달리 2012년보다 투자를 10% 늘린 것. 이 돈으로 충북 청주에 새 낸드플래시 라인을 지었고, 이탈리아 낸드플래시 업체 등도 인수했다. 선제적인 투자 덕분에 스마트폰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자 경쟁우위에 설 수 있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D램가격 상승과 수급 개선 등에 힘입어 향후 2년간은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동안은 공급 과잉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PC시장이 회복되고 있고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가 점유율을 늘리면서 D램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과감한 투자는 물론이고 노사간의 화합이 실적 견인의 포인트"라며 "노사간 신뢰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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