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불황·콜레라 이중고에 문 닫은 상점들임금삭감·희망퇴직에 추석에도 웃지 못하는 조선업 근로자"추석 대목이 웬말"…꽁꽁 언 거제 경기[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조선업으로 먹고 사는 동네인데 거제 경기가 좋을리가 있나요. 콜레라까지 겹치면서 오후 10시만 되도 문 닫는 상점이 수두룩합니다. 지갑을 닫고 살다보니 집 밖으로 나오는 사람도 없죠."15일 추석을 맞이한 경남 거제의 모습은 예년과 달랐다. 상점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사람으로 넘쳐났던 거리는 한산했다. '추석 대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재래시장 한켠에는 팔리지 않은 연휴용 선물들이 쌓여있기도 했다. 거제의 한 대형조선소에 다니는 직원은 "다행히 추석상여금은 받았지만 소위 '떡값'이라고 부르는 명절 선물이 따로 없는데다 수당 축소로 임금 자체가 줄었다"며 "그만큼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올해는 최소한의 선물만 준비하고, 차례도 간소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경남 거제 고현시장의 모습.
지난해까지만 해도 거제엔 추석 선물을 사거나 차례 준비를 위해 시장을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추석을 전후로 사람들이 몰려 줄을 서서 다니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주요 고객은 추석상여금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직원들과 그의 가족들이었다. 조선업 불황이 짙게 깔린 거제의 경기를 더욱 힘들게 만든 것은 콜레라였다. 거제에 콜레라가 발병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횟집은 사실상 '줄초상' 상태였다. 횟집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대부분의 횟집은 일찍 문을 닫았다. "정말 먹고살기 힘들다"고 운을 뗀 한 횟집주인은 "한 두곳 때문에 모든 횟집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간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추가 구조조정을 앞둔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올 상반기 450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나자, 사측은 특수선 분할과 내년 1월까지 1000여명 희망퇴직 등 추가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직원은 "올해만 견뎌내면 나아질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왔는데 이젠 내 자리하나 지켜내기 힘든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무작정 파업에 들어갈 수도 없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추석 연휴, 경남 거제 고현시장의 모습. 생선을 파는 거리가 한산하다.
삼성중공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음달 말이면 노동자협의회가 선거준비에 들어가야 해 시간이 촉박하지만 추석이 지나도록 노사 간 임금·단체협상을 끝내지 못했다. 노협 관계자는 "추석 끝나고 한 두차례 협상을 이어가겠지만 그닥 희망적이지 않다"며 "지금은 남은 수주물량이 있지만 수주가 없다보니 하반기 물량이 다 떨어지면 정말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거제 시민은 "우스갯소리로 요즘 거제에는 교회에서도 기도할 때 가장 먼저 조선해양업황 회복을 기원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그만큼 조선업 의존도가 높은데 업황이 완전히 죽으면서 추석 분위기까지 함께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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