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發 수출대란] 미증유 물류대란 왜 발생했나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15일째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물류대란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해외 각국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 수십척의 입항이 거부되고 항만 서비스 업체들이 작업중단에 돌입하는 등 한진해운 사태가 국내를 넘어 전세계로 확산된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오판과 대주주의 무책임한 버티기가 불러온 예고된 참사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선주협회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들어가기 전인 지난달 29일 관련 업계가 입게 될 피해금액이 최대 1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컨테이너선 정기 노선을 운항하는 업태 특성상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해운동맹 네트워크에서 퇴출되고 화주들에게 신용을 잃어 영업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일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나 채권단은 과장된 비관론이라고 일축했다.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낸다고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문제가 이미 시장에 반영돼있어 주식과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며 그간 구조조정 과정에서 손실을 상당부분 인식해 추가 위험은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해운산업 측면에서의 후폭풍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이 나오자마자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이 채권자들에게 압류당하기 시작했고, 대금 체납을 이유로 외국 항만에서 입항이 거부되며 공해상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선박들이 늘어나게 됐다. 한진해운 선박에 화물을 실은 화주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채권자들이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을 가압류할 경우 압류가 해지될 때까지 선박의 부두접안이나 하역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화주들은 부랴부랴 부산항 등으로 내달려 선적을 기다리던 수출 물량들을 회수하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대책없는 법정관리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오판이었다. 정부가 법정관리에 따른 파장을 인지하고 법정관리 신청과 동시에 주요국 법원에 스테이오더(압류금지명령) 승인을 신청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물류마비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대표적인 국가기간산업인데도 정부와 채권단은 이런 산업을 금융적 시각에서만 접근해 지원에 인색했던 것이 물류대란의 근본 원인"이라면서 "한진해운 사태를 바라보는 채권단의 시각이 부실기업을 정리한다는 차원에 머물러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해운업이나 해양산업의 존폐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지금으로서는 선박들의 묶인 발을 풀기 위한 자금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체불대금 6000억원을 해결하지 않으면 93척에 달하는 한진해운 선박은 하염없이 바다를 떠돌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선박 억류 등 운송 차질이 길어지면서 국제 소송전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선박이 압류되거나 입항하지 못하면서 한진해운이 약속된 날짜에 화물을 운송하지 못한 데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한진해운에 화물을 맡긴 업체(화주)는 8200여곳으로 최대 140억달러(약 16조원) 규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지 소매업체의 피해를 우려한 미국 정부가 나서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등 한진해운 사태가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비화되는 상황"이라면서 "원칙론만을 강조하며 위기를 키운 정부가 지금이라도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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