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는 이정현 대표의 원맨쇼?

긴급 당정협의 수 시간 전에도 '오리무중'(五里霧中)갈피 못 잡은 정부·여당에 전기료 누진제 완화 드라이브 건 듯박 대통령 화답하면서 급물살,취임 직후 성과 홍보할 통큰 첫 선물 얻어 일방향적 '입'에 당 안팎에선 우려도[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찜통더위에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던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한 건 누구의 작품일까. 겉으론 "안타깝다"며 대책마련을 당부한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가 이에 맞서던 정부의 반발을 잠재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7~9월 한시적 누진제 완화는 지난 10일 공식일정을 시작한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의 첫 작품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로부터 '통큰' 취임 선물을 받은 셈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원내대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부터 긴급 당정 협의까지= 11일 오전 국회에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의 모두발언 만큼은 공개할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다. 전날 일부 언론은 당정이 '전기료 누진제 한시 완화'에 잠정합의했다고 전했으나 모두 이를 부인한 상태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실무자를 불러 이어진 회의에선 통상적 업무보고만 이뤄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정무적 보고와 (누진제에 대한) 의원들의 원론적 질타만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구체적 논의는 내일쯤 이뤄질 수 있다. 지금은 난망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분위기도 냉랭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해당 부처에서도 감지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전기료 완화에 대한 당정협의가 이뤄졌다는 추측에 "중심을 잡아달라"고 취재진에게 요청했다.실제로 전날 심야 비밀 당정협의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난 3개월간 당을 이끌던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의 환송회를 겸한 저녁자리가 있었고, 이 자리에는 이 대표를 비롯해 정책위의장 등이 모두 참석했다"고 전했다. 그 누구도 당정협의에 참석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누진제 완화 밀어붙이기= 이 대표의 '입'만 분주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폭염도 재해"라며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예정된 청와대 오찬을 앞두고선 여당 내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 대표가 청와대 오찬과 관련된 브리핑을 국회에 돌아와 직접 하겠다고 밝히면서 '통큰' 선물이 주어질 것이란 관측이 불거졌다. 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오찬은 지난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 대표와 신임 최고위원들이 박 대통령과 인사하는 상견례 자리였다. 그러나 이 대표는 예정에 없던 전기료 누진제 완화를 갑자기 끄집어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누진제와 관련된 어떤 논의도 (오찬에선) 없을 것"이라던 여당 핵심 관계자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것이었다. 이 대표가 이를 언급하자 박 대통령은 "이상고온으로 너무 많은 국민이 힘들어하시기 때문에 정부에서 좋은 방안이 없을까 검토하는 중이다. 당과 잘 협의해서 조만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마치 잘 짜인 한편의 시나리오를 보는 듯 했다. 이는 그간 누진제 완화나 개편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과도 상반된 반응이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원내대표

◆"새누리당에서 들리는 건 이 대표 목소리 뿐"= 이때부터 전기료 누진제 경감에 대한 정부 입장은 급선회했다. 곧이어 국회에서 긴급 당정협의가 개최됐다. 협의 직후 2200만 가구에 평균 19.4%의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6개 단계마다 50㎾씩 사용량의 폭을 확대해 지난해 1300억원보다 3배가량 증가한 42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이른바 '통큰' 정책이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도출된 결과에 대해 아무도 그 과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를 지켜본 당 관계자들은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신임 대표가 국민 퍼스트(First)의 자세로 민생 해결에 앞장설 것이란 약속을 지켰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대표가 최고위원들의 모두발언을 금지하고, 공식브리핑 외 백브리핑까지 자신이 독점하는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방향적 소통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청와대 홍보수석이 아니라 당대표"라며 "그간 당 운영 등 실무 능력에 의구심을 사왔던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원맨쇼가 아니라 다자간 소통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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