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기자
CNN 오늘의 선수에 선정된 기보배 / 사진= CNN 홈페이지 캡처
평상의 시기에야 평상심을 유지하는 일이 그리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위태로운 때를 맞아 그것을 유지하는 일은 오랜 훈련을 통한 내공이 필요하다. 기습적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의외의 소음, 그리고 지구 반대편 경기장의 뜻밖의 바닥들, 낯선 분위기들. 이런 것들이 모두 마음을 흔들고 영혼을 긴장하게 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런 변수들을 가능한 한 예측하여 훈련 매뉴얼에 넣고,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는 정신력을 갖춘 결과가, 대한민국 신궁이다.오래전 내가 가장 힘겨울 때, 한 선배는 내게 가만히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평상심을 가지렴." 평상심을 가지렴. 그 말을 듣는 순간 격한 반발부터 떠올랐지만, 나는 마치 최면에 걸린 듯 저 말을 내 마음에게 지령하기 시작했다. 고르고 한결같은 마음, 평상심. 고르고 고요한 마음, 평정심. 내 깊은 속에는 그때 쿨럭거리며 고요히 주저앉았던 불의 드래곤 하나가 아직도 들어있는 듯 하다. 그 화룡(火龍)을 떠올리면, 세상의 어떤 격랑 속에서도 고요해질 듯 하다. 아무 것도 개의치 않는 영혼의 귓가로 미친 바람이 분다. 활과 한 몸이 된 기보배가 가만히 화살을 당기는 중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