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지난달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비수기임에도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4조2000억원가량 늘어난 36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7월 증가액으로 최대치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의 규모도 불안하지만 집단대출이나 2금융권 대출, 취약계층 대출자 등 질적인 위험요인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223조7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때에 비해 11.4%나 늘었다. 금융당국이 지난 2월부터 대출 심사를 보다 철저히 하고 원금을 함께 갚도록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전체 은행권 대출은 다소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6월 기준으로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섰지만 증가액을 보면 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6조80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아파트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분양 계약을 할 때 이주비, 중도금, 잔금 등을 일괄 승인해 대출해주는 방식인데 아파트 분양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됐다. 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2014년 10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6월 말 100조1000억원으로 떨어졌다가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지난해 말 110조3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올해 들어서도 불과 석달만에 5조2000억원이 늘어나면서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9조7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14년만 해도 2.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다. 지난해 10월쯤부터 아파트 공급과잉 지적이 제기되자 은행들이 집단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지만 이미 이전에 계약을 맺었던 중도금 대출 등이 계속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파트 분양 계약 후 입주 때까지 분양대금의 60~70%를 2년여에 걸쳐 중도금으로 분할 납부하기 때문에 신규 계약과 무관하게 집단대출 잔액은 늘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움직이던 배가 클수록 제동을 걸어도 한동안은 멈추지 않는다”는 비유를 한다. 은행이 집단대출에 까다로운 태도를 보이면서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결과도 낳고 있다. 상호금융 등 서민형 금융사들의 경우 지난 1분기 중 주택담보대출이 3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는데 집단대출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분양 예정 물량이 올해 하반기부터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집단대출 증가세도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상반기 21만가구 분양에 이어 하반기에도 유사한 규모 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예년 평균(27만가구)의 두 배 수준인 50만가구 분양 물량이 쏟아진데 이어 올해도 42만가구나 분양 물량이 풀릴 예정이며 그만큼 집단대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3월 말 현재 145.6%로 6개월만에 4.9%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10년간 연 평균 상승폭 3.1%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3%대로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고 경기 활성활를 통한 소득 개선이 늦어지면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특히 과다부채 가구나 저소득 가구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계 소득증대 및 부채구조 개선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분석을 보면 최근 5년간 금융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세 미만이며, 신용대출의 경우 30대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극심한 청년 취업난과 주택 및 전세가격 상승이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최근 5년간 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60세 이상으로 200%가량 급증했다. 무직자 등 기타 계층의 부채 원리금 상환액은 165% 증가해 전체 가구 증가율 94.7%의 1.7배에 달했다. LG경제연구원은 “향후 가계부채가 부실화된다면 청년층, 노년층,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서 먼저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지만 이들 계층의 절대 숫자는 적지 않다는 점에서 소비 위축, 신용유의자 증가 등 경제와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심의 초점은 주택 가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70만여 가구로 일산과 분당 등 1기 신도시가 조성된 1990년대 이후 최대치에 이른다. 과거에는 주택보급률이 70~80%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20%에 육박할 정도다. 이같은 과잉 공급은 주택 가격 하락과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 보유 주택을 매각하지 못해 분양 계약을 맺은 아파트 잔금을 치르기 어려운 이들이 양산돼 준공 후 미분양 물량 급증, 대출 부실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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