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샌드위치,한국]그룹 싱크탱크 '中 사드보복, LCD·반도체·유화가 타깃'(종합)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LCD가 1순위이고 반도체와 석유화학이 그 다음이다."최근 A그룹 내 싱크탱크는 내부 임원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무역보복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는 우리나라 수출 품목을 이같이 예상했다. 이 자리에서 싱크탱크 관계자는 "이들 품목은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만큼 적잖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결정된 미국에서도 보호무역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자동차와 전자 기업 등을 중심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88.1%다. 수출이 줄면서 최근 10년 이래 최대(2011년 113.5%)보다 낮아진 것이지만 무역의존도가 30%대인 일본, 미국 등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작년 전체 수출의 4분의 1(26%)을 중국에 의존했고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해당된다. 미국도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여전히 2위 교역국(대미 수출의존도 13%)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압박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미ㆍ중의 보호무역 샌드위치에 갇힌 우리로서는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사드發, 中 무역보복에 기업들 좌불안석= 싱크탱크가 언급한 LCD는 이미 중국 정부의 '인사이드 차이나(중국산 완제품에 중국산 부품을 채택하는 것)' 기조에 따라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과 중국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증산으로 세계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오르고 있다. LCD업계 관계자는 "세계시장의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이라는 문제점을 낳고 있지만 점차 한국기업과의 기술과 생산량 격차가 좁혀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수출기업들은 "그동안 자국기업과 제조업 육성을 위해 관세ㆍ비관세장벽을 높여온 중국이 사드를 핑계로 제2, 제3의 장벽을 쌓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수출기업들은 대중국 수출 상위 10대 품목 가운데 국제표준에 부합하지 않는 차별적 국가표준이 20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수출대기업 관계자는 "관련 법령 간에 상충되거나 하위 규정이 복잡한 게 대표적이고 자국산 구매원칙으로 정부 조달시장에 참여도 제한받는다"면서 "인증이나 기술표준도 제정이나 개정할 때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를 몰라 불이익을 받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가이드라인이던 배터리 규준, 어느새 법적 기준으로=올해 초 중국 정부는 중국 완성차업체들에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을 통과한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보조금은 차 가격의 절반 규모여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해당전기차는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다. 권고안 수준이었던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통과해야 할 필수 절차가 됐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지난달 중국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는 데 실패하고 다음 번 심사를 대비해 서류 보완 등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아온 장하이(江淮) 자동차는 이 배터리를 탑재하던 프리미엄 전기차 iEV6s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생산을 지난달 중단했다.◆트럼프당선 美도 걱정…기업들, 민관대응 등 대책마련=미국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수출기업들과 협ㆍ단체, 지원기관들은 내부적으로 트럼프행정부 출범 이후에 대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재량적으로 취할 수 있는 보호무역 수단을 검토해 트럼프 당선 시 무역정책 공약 실현 가능성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비에 나선 것이다. 수출기업들은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등 보편적인 무역규제수단 외에도 환율조작에 대한 제재, 지적재산권 보호 관련 법 집행,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수입 규제 등 강도 높은 대응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조치들에 맞서 개별기업 차원의 대응 대신에 민관이 공동대응하는 한편 현지진출과 함께 '현지생산-현지판매'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이 예고 없이 내놓은 에너지효율 표시제도와 화장품 라벨링제도, 해외직접구매에 대한 과세계획 등도 민관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 시행을 유예시키는 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SK하이닉스 등이 미국과 중국에 공장을 설립한 이유 중 하나도 '메이드 인 USA' '메이드 인 차이나'로 무역장벽을 피할 수 있어서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SK이노베이션도 중국 내 생산법인 설립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 베이징전공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팩 합작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중국 정부의 모범규준에 따르면 중국 내에 배터리 셀 생산공장이 있어야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 철강업계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내수침체, 공급과잉, 중국산 철강재 유입 증가의 3중고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관세인상, 반덤핑관세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철강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며 보호장벽에 막힌 중국의 제3국 수출물량의 한국 전환 우려도 존재한다"면서도 "저가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보호장치가 시급하지만 정부는 중국의 무역보복에 대한 우려로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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