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 산업2부 차장
아마도 이런 열풍은 1997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Go)' 말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전 국민의 관심을 모은 게임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듯하다.일각에서는 포켓몬 고의 열풍이 거품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갑자기 들끓은 만큼 또 순식간에 식을 것이란 말이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하기도 전부터 이처럼 광풍이 분 것을 본 적이 없다. 조짐이 심상치 않다. 포켓몬 고를 한번 해보겠다며 의도였든 실수였든 게임이 가능한 속초나 울산으로 행하는 행렬을 보고 있자면 정식으로 한국에 출시될 경우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이는 마치 아이폰 출시 전을 보는 듯하다.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정식 발매된 것은 2009년. 정식 출시보다 2년이나 뒤졌다. 당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해외에서 먼저 분 아이폰 열풍을 지켜보면서도 한국에 출시돼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아이폰을 먼저 만져보겠다며 새벽부터 긴 줄을 서는 광경을 보고서야 그동안 생각이 너무 안이했음을 깨달았다.휴대폰의 역사는 아이폰 전과 후로 나뉜다고들 얘기한다. 혹자는 국내 게임의 역사를 스타크래프트 전과 후로 나눈다. 그렇다면 포켓몬 고는 어떨까. 저 별것도 아닌 것 같은 모바일 게임 하나갖고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까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구시대 사람인지 모른다.우리나라도 몇 년 전 포켓몬 고와 같은 게임이 있었다고들 말한다. KT가 내놓은 '올레캐치캐치'같은 게임이 있기는 했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에도 이와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스마트폰을 먼저 내놓은 것은 우리나라라고. 그렇다면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왜 저들 것은 흥했고 우리 것은 기억에서 사라졌는지. 짐작컨대 포켓몬 고가 한국에 상륙한다면 해외에서 나타났던 것과 동일한 열풍이 불어 닥칠 것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스마트폰을 보며 뭔가를 열심히 찾아 나설 것이다. 사건사고도 잇따르고 전문가들의 논평도 줄 이을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한마디씩 덧붙일 것이다. "왜 우리는 포켓몬고와 같은 것을 못 만들까"정부도 직감적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8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셧다운제를 완화하고 게임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게임은 마약과 같은 존재"라고 치부하던 기성세대들의 뿌리 깊은 불신이 사라질지는 잘 모르겠다. 이미 중국에 비해 온라인 게임 경쟁력이 뒤쳐진 지금, 사후약방문은 아닐는지 우려스럽다.강희종 산업2부 차장 mindl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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