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약 60억원 들여 복원·정비 사업…'고종의 길'도 내년까지 복원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아관파천(俄館播遷)은 고종이 1896년 2월11일 신변의 위협을 느껴 경복궁에서 러시아공사관(아관·俄館)으로 거처를 옮긴 사건이다. 고종은 이곳에서 약 1년간 머물며 친위 기병대 설치·지방 제도·관제 개정에 대한 안건을 반포했고, 민영환을 특명전권공사에 임명해 영국·독일·러시아로 보냈다. 또 천자의 나라임을 알리기 위해 환구와 사직 등에 지내는 향사(제사·享祀)를 옛 역서(曆書)에 근거해 지내도록 조령을 내렸다.문화재청은 아관파천 120주년을 맞아 서울 정동에 위치한 역사적인 현장을 원형 그대로 복원한다고 20일 전했다. 서울 중구청과 함께 사적 제253호인 '서울 구(舊) 러시아공사관'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을 내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한다. 러시아인 사바친이 르네상스 양식으로 설계해 1890년 완공된 이 건물은 한국전쟁 때 심하게 파괴됐다. 현재 16m 높이의 탑과 28㎡ 면적의 지하 밀실만 남았다. 복원에는 약 60억8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내년까지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2019년부터 공사를 시작한다.문화재청은 '고종의 길'도 내년까지 복원한다. 고종이 아관파천 때 통과했던 미국대사관 관저와 덕수궁 선원전(璿源殿) 사이의 좁은 길로, 대한제국 시기에 미국공사관이 제작한 지도에 '왕의 길(King's Road)'로 표시돼 있다. 미국 국무부 재외공관관리국은 지난 6월 고종의 길 설계안을 최종 승인했다. 공사는 9월부터 시작한다.문화재청은 이밖에도 왕의 초상화인 어진을 봉안하던 덕수궁 선원전과 왕과 왕후가 승하하면 시신을 모셔두는 흥덕전, 발인 이후 신주를 보관하는 흥복전, 선원전 배후에 있는 숲인 상림원 등을 2039년까지 복원할 방침이다. 김정동 목원대 명예교수는 "덕수궁과 정동은 경복궁 못지않게 중요한 곳으로 대한제국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복원이 완료되면 자생적인 근대국가를 이룩하고자 했던 고종의 삶을 이해하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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