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사기범 조희팔 사망 발표. 사진=연합뉴스
그 피해자들이 조희팔을 쫓고 있다. 그런데 조희팔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 2011년 12월19일 오전 0시15분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했다. 죽은 사람을 찾아 나서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까. 억울하고 다급한 마음에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그들은 조희팔은 유령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들이 6월28일 대구지검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조희팔은 5년 전에 죽은 사람이었지만, 죽음의 과정은 뭔가 석연치 않았다. 검찰은 2014년 7월 수사팀을 구성해 23개월 동안 ‘조희팔 의혹’을 파헤쳤고, 그 결과를 이번에 발표했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다시 2011년 12월18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희팔은 그날 내연녀와 함께 중국 산둥성 위해시 소재 중신호텔에 있었다. 내연녀와 저녁 식사 이후 호텔 지하 가라오케에서 술을 마셨다.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그날 밤 호텔 방으로 간 뒤 구토를 하며 쓰러졌고, 응급실로 후송됐다. 그는 다음날 새벽 돌연사했다. 사람이 죽었다. 죽은 것을 본 사람이 있다. 죽기 전에 진료한 의사가 있고, 죽은 이후 사망을 확인한 의사가 있다. 장례식도 치렀다. 사람들이 참석했다. 그렇다면 조희팔 죽음은 기정사실로 봐야 할까. 하지만 의문이 남는다. 장소는 중국이다. 한국의 수사당국은 중국 쪽에서 보내온 자료와 진술 등을 토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그것이 알고싶다 조희팔 /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공
조희팔은 살아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중국에서의 죽음은 조작됐다는 얘기다. 거액의 범죄수익을 숨기려고 ‘죽은 사람’인 것처럼 꾸몄다는 주장이다. 그 주장을 검증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몫이다. 대구지검이 마침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희팔은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은 그렇게 나왔다. 검찰은 죽은 사람임을 전제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조희팔은 사법 처리를 면하게 됐다. 이유는 물론 죽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조희팔은 면죄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조희팔이 죽었다는 근거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검찰은 경찰주재관을 통해 사망 직전 조희팔을 치료했던 중국인 의사에게 사진을 보여준 뒤 사망한 환자가 맞냐고 물었고, 맞다는 답변을 얻었다. 또 조희팔 사망을 목격했다는 2명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진행했고, ‘조희팔 사망을 확인했다’는 진술은 ‘진실’ 반응이 나왔다. DNA 검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희팔 사망 직후 채취했다면서 제출된 모발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감정한 결과, 조희팔 모발로 확인됐다. 의혹의 톱니바퀴는 하나하나 맞아서 하나의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거짓말 탐지기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면, 의사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면, 제출된 모발이 미리 준비해둔 조희팔 모발이라면 ‘죽음’을 확신할 수 있을까.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조희팔 유골에 대한 DNA 분석이다. 그 분석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조희팔은 죽은 사람으로 봐도 무방하다. 조희팔은 장례식을 치른 후 화장됐다. 한국에는 그의 유골이 도착했다. 유골 분석을 통해 조희팔 사망이 확정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