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사회가 정말 해야 할 일

정 방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 공동대표

어느 날, 큰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 정문에 걸린 '학교 앞 화상경마장 절대 반대'라는 현수막을 보고 얼마나 가까운 곳이기에 저런 현수막을 걸었는지 궁금했다. 학교에서 걸어서 5분,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는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이었다. 어떻게 학교 앞, 집 앞에 몇 천 명 수용 가능한 화상경마도박장이 입점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날부터 우리는 대책위를 만들고 서명을 받고 1인 시위를 하고 집회를 했다. 17만명이 반대서명을 하고 각계각층이 입점 철회의견을 냈다. 2014년 1월22일부터는 노숙농성을 시작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민과 학부모의 반대가 이토록 처절함에도 작년 5월31일에 마사회는 학교 앞 도박장을 개장했다. 그러나 우리는 노숙농성과 집회, 미사와 기도회를 계속 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마사회와 싸우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첫째, 마사회는 주민 몰래 입점을 추진했고 어떠한 설명회도, 주민 동의도 받지 않았다. 화상경마도박장 입점 시에는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관내 이전인 경우에는 예외'라는 단서 조항을 들어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폐해를 수용하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화상경마도박장 영업을 15년 이상 하고 있는 곳을 가보면 이런 주민 동의 규정이 생긴 이유와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로 여러 지역에서 화상경마도박장 입점이 무산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전 월평동은 아파트와 학교가 가까워 학원이 즐비하던 건물들도 화상도박장이 입점하고 1년 만에 모두 유흥시설로 바뀌었다. 한 학년에 학급이 10개였던 초등학교는 현재 2개 학급으로 줄어들었다.마사회가 농림부에 신고한 학교와의 거리는 실제거리인 215m보다 135m나 많은 350m였다. 이렇듯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은 서류에 이미 문제가 있었다.둘째, 공기업 마사회는 용산에서 화상경마도박장 개장을 위해 불법과 부정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몇몇 주민과 상인에게 돈을 주고 도박장 찬성 집회를 시켰으며 노인들에게 식사와 물품을 제공하며 주민들을 이간질했다. 또한 경비를 할 수 없는 성폭행범 등의 전과자를 고용하여 경비를 시키고 찬성집회에는 주민처럼 동원한 범법행위도 드러났다. 그런데도 화상경마도박장 문을 닫기는커녕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영업을 한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셋째, 국가가 만든 도박 산업으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국민들이 도박중독으로 삶이 피폐하게 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친구 따라 화상경마도박장 갔다가 경마로만 100억을 잃었다는 사람, 고등학생 때 화상경마를 시작해 30대인 지금도 도박중독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청년, 건실하게 자동차정비소를 운영했는데 집 앞 화상경마도박장에 재미로 갔다가 가게도 넘어가고 가정도 파탄 나고 생사도 알지 못하는 이웃 등 국가가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끔찍할 뿐이다.넷째, 법의 취지를 우선해야 할 텐데도 수치를 더 중시하며 교육을 등한시하는 것은 큰 문제다. 물론 학교에서 200m에 개인이 소규모로 운영하는 오락실도 입점 못하는데 몇 천 명 입장 가능한 화상도박장 기준이 똑같이 200m라는 것은 어느 누가 들어도 이상하다. 어른들도 도박으로부터 보호해야 하지만 어릴 때부터 도박환경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로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앞에서 "저기 한 번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만났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도박을 하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마사회는 문제가 발생하면 문을 닫겠다고 했다. 마사회의 온갖 불법이 드러났고 아이들이 화상경마에 호기심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교육적으로 이미 폐해는 발생했다. 우리가 이렇게 집회를 하고 행동하지 않았다면 그 아이들은 이미 화상경마도박장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마사회는 언제까지 이렇게 어른답지 못한 행동으로 주민, 학부모들과 선생님, 학생들을 괴롭힐 것인가? 이제는 공기업 마사회가 국가를 위한 일을 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국민들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세금내고 복지기금 낸다고 생색낼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도박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그것은 '학교 앞, 주거지 앞 화상경마도박장 철회'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 방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 공동대표<ⓒ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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