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블룸버그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소프트뱅크가 16년만에 처음으로 알리바바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를 두고 시장 내에서 일본 야후 지분 인수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1일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알리바바의 지분 일부를 79억달러(약 9조4000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지분 보유율은 기존 32%에서 28%로 줄어든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1일 도쿄 증시에서는 소프트뱅크 주가가 장중 3% 급등했다. 소프트뱅크가 밝힌 매각의 이유는 자금조달과 재무구조 개선이다. 조달한 자금은 부채상환과 사업투자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알리바바 지분을 매각했다는 소프트뱅크 측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소프트뱅크의 부채 규모는 12조엔(약 130조원)으로 큰 것은 맞지만, 그동안 부채를 지렛대로 사용해 '레버리지 경영'에 골몰해 온 소프트뱅크가 부채 감소만을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출자나 투자를 위해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소프트뱅크가 자금을 모으는 정황은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일단 73%의 지분을 보유중인 핀란드 모바일게임 회사 슈퍼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천억엔(수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또 올해 안에 개인을 대상으로 한 사채를 4000억~5000억엔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다. 조달한 대규모 자금으로 일본 야후 지분을 사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본 야후 주식은 소프트뱅크 그룹이 약 43%, 야후가 35%를 소유하고 있다. 야후가 보유한 지분마저 사들여 명실상부한 일본 야후의 소유자가 되려 한다는 것이다. 야후 지분의 시가총액은 약 1조엔이다.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야후는 핵심 인터넷 사업이나 일본 야후 주식 매각을 검토 중이다. 지난 4월 마감된 1차 입찰에서는 미국 버라이즌 등이 입찰했으며, 2차 입찰 마감일은 오는 6일이다. 금액은 물론 자금 조달 시기 등을 고려할 때, 일본 야후 주식 인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소프트뱅크의 미래 성장전략에서 일본 야후를 빼놓을 수는 없다. 저가폰 '와이모바일'에 야후의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할 뿐만 아니라 동영상 서비스도 양사가 공동 개발 중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야후가 구글에 밀리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야후가 여전히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측은 일본 야후 주식 인수에 생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만일 미국 야후가 보유한 35%의 지분이 경쟁사에 넘어갈 경우 협력구도에 지장이 생길수도 있다. 이 역시 시장 전문가들이 소프트뱅크의 일본 야후 주식 인수를 점치는 근거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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