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기조 변화…투자확대·구조조정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광화문 서울청사에서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구조조정과 투자확대'로 경제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정부는 28일 신산업육성 방안을 공개하면서 부진한 투자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3트랙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기존 경제정책 기조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나 소비 촉진을 활용해 수요를 끌어올리는데 방점을 찍었던 것과 차이가 난다. 통화·재정정책을 통한 내수 진작에 주력했던 최경환 경제팀과 정책 기조가 유일호 경제팀에선 상당 부분 바뀐 셈이다.지금까지 정부는 '수요 확대'에 초점을 둔 경기 부양책을 펴왔다.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4년 8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치를 완화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2014년 8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2.50%에서 2.25%로 인하됐다. 금리는 세 차례 더 인하돼 현재 연 1.50%다. 지난해에는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정 지출을 확대했고, 자동차·대형가전제품 개별소비세 인하도 단행했다.하지만 수요 확대 정책에도 경기 부양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경기가 급락하는 것은 막았지만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4%(전기비)로 2개 분기 연속으로 둔화됐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광화문 서울청사에서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3.1%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한국은행(2.8%), 국제통화기금(2.7%)의 전망치는 이미 2%대로 떨어졌고,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2% 초반대의 전망치까지 내놓고 있다.이와 함께 가계부채, 과잉재고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소비·재정 등 수요 촉진 정책만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재부는 이날 내놓은 '경제여건 평가 및 정책대응 방향'에서 "소비는 고령화 등 제약요인으로 추세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며 "재정의 경우 주요국과 비교해 여력은 충분하지만 위축된 민간부문의 활력을 보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향후 한국경제를 이끌어 갈 새로운 산업 분야를 10개 정도로 추려 최고 수준의 세제 지원을 하기로 했다. 예산과 금융 지원도 뒤따른다.19대 미래 성장동력, 민간주도 5대 신산업 등을 중심으로 상반기 중에 지원 대상이 되는 신산업이 지정된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세법 관련한 시행령을 고칠 수 있는 것을 고쳐 10월부터 신산업 지원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리스크가 신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공공부문이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분담하는 '신산업 육성 펀드'도 1조원 규모로 출시된다.이와 함께 해운·조선업 등 한계기업과 취약업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다만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고용 축소, 투자 위축, 소비 감소 등으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총공급 정책과 경기 하강 압력을 완충할 수 있는 총수요 정책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급격한 성장률의 하락을 방어하려면 통화와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정부는 외환위기만 없을 뿐이지 외환위기 때와 사실상 동일한, 또는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고 기업 구조조정과 결합된 경기부양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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