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400주기]'셰익스피-어(語)' 2000어휘 아세요

flesh and blood=혈육, salad days=풋나기 시절, gild the lily=사족 달다…영어 진화시킨 문호

셰익스피어

[아시아경제 권성회 수습기자]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특징짓는 말 중 하나는 ‘언어 창조자’일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지금은 널리 쓰이는 관용 표현들을 문법적으로 정착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작품에는 약 2만개의 단어가 등장하는데 그 중 약 2천개의 단어가 셰익스피어의 신조어라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시기인 16세기 후반~17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영국에서는 공문서나 학술서가 라틴어로 작성됐다. 심지어 최초의 영어 문법책조차 라틴어로 저술돼 있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저술 활동으로 영단어가 풍부해지고 영문법의 기초가 만들어졌다. 물론 다음에 소개될 단어나 표현을 비롯해 소위 ‘셰익스피어 신조어’로 알려진 것들 모두가 셰익스피어에 의해서 완전히 새롭게 창조해낸 것만은 아니다. 이전에 사용되던 표현들을 구체화시킴으로써 영어를 풍부하게 만든 것이 셰익스피어의 역할이기도 했다. 라틴어와 같은 외국어 표현을 영어로 가져와 정착시킨 것도 많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flesh and blood’다. 직역하면 ‘살과 피’인데 우리말로 ‘가족’ 혹은 ‘혈연’ 등으로 번역된다. ‘햄릿’ ‘리어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등 다양한 작품에서 사용됐다. 사실 'flesh and blood'는 성경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주로 영적인 것과는 반대되는 세속적인 ‘신체’ 자체를 의미했다. 셰익스피어는 이 의미를 확장시킴으로써 지금의 현대 영어에서 쓰이는 표현을 만들어냈다.

제라르 드 래레스,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17c (사진=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 등장하는 ‘salad days’라는 표현 역시 셰익스피어에 의해 창조됐다. 이 말의 뜻은 ‘경험 없고 열정만 있던 소년기의 풋내기 시절’이다. 작품 1막 5장에 나오는 클레오파트라의 대사 "My salad days, When I was green in judgment(내 철부지 시절, 판단력이 미숙했던 때)"에서 사용됐다.‘gild the lily’라는 표현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나왔다. ‘존 왕’이라는 작품에서 "to gild refined gold, to paint lily is wasteful and ridiculous excess(정련된 금에 도금을 하고 백합에 색칠을 하는 것은 낭비적이고 우스꽝스러운 과잉이다)"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쓸 데 없거나 지나친 장식은 본래의 미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gild’와 ‘lily’만 따와 ‘gild the lily’라는 표현으로 남게 됐다.셰익스피어 말년 작품 중의 하나인 ‘아테네의 타이먼’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등장한다. “To promise is most courtly and fashionable.” 이를 번역하면 “약속은 가장 우아한 풍습이다” 정도로 읽을 수 있다. 여기서 ‘fashionable’이라는 형용사가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최초로 활용됐다고 한다. ‘fashion’이라는 명사를 형용사로 확장, 발전시킨 사례다.

윌리엄 블레이크, [오베론, 티타니아, 퍼크와 요정들의 춤], 1785 (사진=위키피디아)

힙합 음악이 유행하면서 널리 알려진 ‘swagger’라는 단어도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처음 찾아볼 수 있다. ‘으스대며 걷다’ ‘으스대는 모습’을 뜻하는 이 단어는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한다. 장난꾸러기 요정 퍼크는 “What hempen homespuns have we swaggering here?”라는 말을 하는데 이를 현대어로 해석하면 “시골뜨기들이 왜 이리 거들먹거리며 돌아다니는 거야?”라는 뜻이다. 이 말은 흔들거리다라는 뜻의 ‘sway’에서 왔다는 견해가 존재한다.이외에도 ‘foul play(옳지 않은 행동)’ ‘one fell swoope(갑자기, 단번에)’ ‘cold fish(냉정한 사람)’ ‘sea change(긍정적인 방향의 큰 변화)’ 등이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냈거나 그의 작품에서 처음으로 쓰임새가 나타나는 표현들이다. ‘셰익스피어가 완전히 새롭게 창조해낸 단어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라는 반박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의 존재로 하여금 영문학과 영문법이 발전하고 영단어의 풍부한 활용이 가능해졌다는 사실만큼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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