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사람 - 아기공룡 둘리 33년 전 오늘 첫 연재
둘리
아기공룡 둘리가 33살 생일을 맞았다. 늘 아기라는 말이 따라붙지만 이미 아기가 아닌지는 꽤 됐다. 1983년생 돼지띠 둘리는 고길동에게는 핍박받았지만 독자들에게는 큰 사랑을 받으며 대표 국민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둘리의 33년 인생이 무탈하지만은 않았다. 둘리의 삶에는 늘 그의 존재를 위협하는 공포의 검은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다.22일은 아기공룡 둘리가 보물섬에 연재를 시작한 지 33년이 되는 날이다. 1983년 김수정 화백은 어떻게 심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 동물을 의인화한 캐릭터 둘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나오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는데 당시 심의 기준이 도덕 교과서 수준이었기 때문에 트집 잡히지 않으려고 숫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룡, 외계인 등을 등장시킨 것이다.서슬 퍼런 군사정부의 심의가 둘리를 탄생시킨 셈이다. 하지만 빙하 타고 온 공룡일지라도 그 심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둘리와 또치, 도우너는 어른인 고길동을 "길동아"라고 불렀다고 종종 심의에 걸렸다. 건방지고 버릇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어른에게 말대꾸하면 검열에서 잘리던 시절이었다. 지난해 독서ㆍ도서관ㆍ출판 관련 시민단체들이 모인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는 9월 첫 주를 '금서 읽기 주간'으로 정하고 추천 금서를 발표했다. 이 중 아이들 버릇을 나빠지게 하는 '불량만화'로 취급당했던 아기공룡 둘리도 포함돼 있었다.
'아기공룡 둘리'의 한 장면
둘리는 이제 "버릇없다"고 하기는 겸연쩍은 나이가 됐다. 민증도 까라면 깔 수 있다. 만화도시를 표방하는 경기도 부천시는 둘리에게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줬는데 주민번호는 '830422-1185600'이고, 주소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위치한 부천시 원미구 상동이었다. 집도 있다. 도봉구는 2007년 쌍문동 2-2를 주소로 둘리의 명예가족관계기록부를 발행했고 만화 속 고길동의 집이 있던 쌍문동에 지난해 '둘리 뮤지엄'이 개관했다.
둘리뮤지엄
웃자고 그린 만화에도 검열의 칼을 디밀던 시절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됐을까.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성행위를 묘사한 만화가 유통되고 있다며 한 웹툰 사이트의 접속을 무작정 차단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4시간 만에 이를 해제하는 촌극을 빚었다. 둘리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모양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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