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주택 공급과잉 논란과 우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은 오랫동안 침체-안정 추세를 유지하다가 작년 분양시장 중심으로 호황세를 보였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돼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전셋값 부담을 벗어나기 위한 구매수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이는 곧바로 분양시장 호황으로 이어졌다. 때 아닌 분양시장 호황으로 주택시장엔 온기가 돌았고 사업자는 공급을 늘렸지만, 동시에 주택 공급과잉 논란과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12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2개월 연속 증가해 6만가구를 넘어섰다. 이는 2015년 3만~4만가구 수준을 초과한 것이나 분양시장이 안정적이었던 2011~2014년 평균 미분양 물량과 비슷하다. 인허가 물량 대비 미분양 비중은 2015년 8% 수준으로 2011~2014년 기간 11.8%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미분양 통계를 보면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증가 폭이 가파른 것도 지금까지 미분양 변동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미분양 적체가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었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공급과잉과 미분양은 심각한 문제이다. 주택이 팔리지 않아 분양사업에서는 정상적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없었고, 자금경색 문제가 관련 금융기관 등 주변으로 파급되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으로 해결되었으나 기억에 남아있는 고통은 여전히 아프다. 더욱이 국민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가계부채를 감안한다면, 미분양을 단순한 수급 불일치로 치부해버릴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려와 걱정이 막연하고 단순한 과거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 실체에 대해 한번 짚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주택은 인허가 후, 분양-착공-준공-입주의 단계를 거쳐 공급된다. 미분양 물량은 분양단계에서 집계된 통계이다. 사업자가 분양 이후 진행 속도를 조정한다면 입주단계에서의 미분양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시장 상황이 호전된다면 위험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 입주 대란 예상은 지금 미분양 통계로 단정할 수 없다. 인허가와 분양물량 증가가 최종적으로 미입주 물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공급과잉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16만가구에 달했던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06년 지방미분양해소대책을 시작으로 다양한 정책수단을 시도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미흡했던 것이 옥에 티이긴 하나 국민경제의 안정적 연착륙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평가는 긍정적이다. 정부는 수요 진작을 통해 미분양 물량 매입을 유도하였고, 자금순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게 다양한 현금 확보 방안을 제공했다. 그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대한주택보증(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환매조건부미분양매입이었다. 분양가격의 50% 수준으로 매입해 일정 기간 내 사업자가 환매해 가는 방식이다. 대한주택보증의 경우, 매입한 미분양 물량이 정상적인 매매거래로 소진되지 않아 환매되지 않더라도 전세매출을 통해 현금 확보가 충분히 가능했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없었다. 최근 전세가격이 강세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미분양 우려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전세로 몰리는 수요를 미분양으로 충족시킨다면 주거 안정도 도모하면서 동시에 전세가격 상승세를 둔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미분양 물량 증가가 경기 용인, 파주 등 몇몇 지역에 한정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전세수요와 연계 가능성은 충분하다.최근 집계된 미분양 통계는 공급과잉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증가 폭도 가파르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는 얼마 전 미분양 적체로 얻은 값진 경험이 있다. 전세수요 강세라는 지역시장 상황도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위험이 사업자의 조정과 정부의 시장 관리를 통해 적절하게 통제될 수 있다. 어쩌면 지금 주택시장에서는 '공급과잉' 보다는 '과도한 우려'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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