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관악구청 8층 강당에서 ‘어르신 자서전 출판 기념회’ 가져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부모도 없고 가진 것 한 푼 없는 사람. 있는 것이라고는 나밖에 없었어요. 내 몸 하나. 그래도 이렇게 살게 되더라고요.”1931년 전남 장흥군에서 가난한 집 막내로 태어난 김용삼 할아버지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책 대신 구두닦이 통을 들고 돈벌이에 나서야 했다. 젊은 시절엔 막일로 시작했지만 관악구에 터를 잡고 성실함으로 자수성가한 김 할아버지. 이 시대의 보통 가장으로 살아온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자서전으로 나왔다. 관악구(구청장 유종필)가 28일 구청강당에서 ‘어르신 자서전 출판 기념회’를 개최했다. 위인전 주인공은 아니지만 하루하루의 기록이 더 감동적인 8명의 어르신들의 자서전 출판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구는 2011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어르신을 위한 자서전 제작사업을 책읽는 분위기 확산을 위한 프로그램 일환으로 펼치고 있다. 올해까지 포함하면 총 42권을 출판하게 된 것. 특히 지난해에는 자서전 아카데미를 운영해 자전적 글쓰기 법, 가족사 정리하기 등 교육으로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어르신 자서전’은 구립도서관에 비치해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며 삶의 지혜를 배우고, 개인의 삶 속에 스며있는 시대상과 생활상을 조명해 지역사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또 다른 지자체에서도 생활 속 우수정책으로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르신 자서전을 전달받고 있는 유종필 관악구청장(오른쪽)
이번 ‘어르신 자서전 제작지원 사업’에는 지역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 8명이 참여, 출판된 자서전은 故 유선익 '대한인(大韓人)의 방랑과 사랑', 김삼준(85) '근검 절약으로 가꾼 나눔의 숲', 한광린(84) '어느 실향민(失鄕民)의 삶’, 김용삼(83) '나의 인생여정(人生旅程)', 박연환 (82) '나눔과 헌신의 삶', 김을성(81) '고난과 역경을 딛고', 김학윤(80) '봄꽃처럼 아름다운 단풍으로 살고지고', 이종열(74) '근면, 성실, 정직으로 일군 봉사의 열매' 등 총 8권이다. 故 유선익 어르신은 ‘대한인의 방랑과 사랑’에서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랑의 시절을 지나 가장으로서 어렵게 살아온 93년의 삶을 담았다. 쇠약한 몸으로 어렵게 자서전 쓰기에 동참하시고 책이 출판된 얼마 이후인 지난해 말 작고해 자녀들에겐 더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출판기념식에 참석한 故 유선익 어르신의 큰 딸 영희 씨는 “누군가에게 남길 만 한 삶을 살지 않았다고 한사코 자서전 쓰기를 거절하셨던 아버님은 자서전을 쓰는 두 달 동안 그 어느 때 보다도 의욕이 넘치셨다”며 “자서전 덕분에 마지막 가는 길이 의연하고 편안하셨다”고 말해 참석자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며 어르신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 평소 사회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창업의 달인으로 알려진 이종열 어르신은 성공담과 그 과정 속에서 실천해 온 성실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봄꽃처럼 아름다운 단풍으로 살고지고' 김학윤 어르신은 “자서전을 쓰면서 젊을 때 원한이나 적대감으로 불편했던 관계들이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화해가 됐다”며 “자서전 덕분에 마음이 평화로워졌다”고 말했다. ‘삶의 가장 큰 가치는 나눔과 헌신’이라는 박연환 어르신, ‘노년에 주는 행복은 봉사하고 기쁨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라는 김을성 어르신 등이 자서전 출판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 밖에 평생 근검절약해 모은 재산 30억원을 관악구에 기부해 화제가 된 바 있는 '근검, 절약으로 가꾼 나눔의 숲' 김삼준 어르신과 ‘노인은 삶의 유산을 남겨야 할 의무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 '어느 실향민의 삶'을 쓴 한광린 어르신이야기도 소개됐다. 유종필 구청장은 “특별한 사람만 자서전을 쓰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어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자서전으로 남길 수 있다”며 “특히 어르신 자서전사업으로 우리 부모님들이 지나온 세월과 삶을 통해 가족을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구는 올해도 자서전 제작을 희망하는 관악구 거주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자서전 집필·발간 등 자서전 제작비용을 1인당 25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도서관과(☎ 879-5703)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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