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만 넘기면 되는 비소구…기대했던 서민들, 대출금 적어 일반 디딤돌대출 받아"정책상품 한정한 시범사업마저 도입취지 무색"[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30대 중반 김영민(가명ㆍ남)씨는 한 달 전 출시된 비소구대출(유한책임 디딤돌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창구를 찾았다. 하지만 이내 일반 디딤돌대출로 마음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외벌이로 연소득이 2500만원인 김씨는 비소구대출 자격(부부합산 소득 3000만원 미만)은 갖췄다. 문제는 비소구대출 금액이 디딤돌대출에 비해 크게 적다는 것이었다. 김씨가 사려던 감정가 2억원의 서울 은평구 주택을 담보로 해보니 비소구대출은 8800만원, 디딤돌대출은 1억4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서민으로서는 모자라는 돈을 채우는 게 시급하다"며 "비소구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대출금이 지나치게 적어 디딤돌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했다.대출액금을 다 갚지 못하는 경우 담보로 잡힌 집만 넘기면 월급 등의 수입을 더이상 차압당하지 않는 비소구대출 상품이 외면받고 있다. 출시된 지 한 달을 맞은 정책상품인데 시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이다. 특히 비소구 대출은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설정돼 있다는 점이 꼽힌다. 소득 기준이 워낙 낮고 대출금이 적지만 대상주택 심사도 거쳐야 한다. 대출상환이 담보물에 그치는 만큼 결과 주택의 노후도, 입지적 특성 등을 고려해 이를 대출가능액에 반영하는 것이다. 50점 이상이면 LTV가 70%, 40~50점은 60%가 적용된다. 40점 미만은 일반 디딤돌대출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택심사에서 50점 이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총부채상환비율(DTI)이 60%를 넘어서면 LTV는 70%에서 더 줄어들게 된다.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신용보증(MCG)과 더불어 심사기준까지 일반 디딤돌대출에 비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비해 디딤돌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생애최초는 7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가구주를 대상으로 한다. 대출가능 금액이 늘어나는 등 각종 혜택이 부여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말부터 디딤돌대출을 받을 때 MCG를 활용하면 최대 32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디딤돌대출 최우선변제금만큼 보증서를 담보로 취득하고 자금을 저리 지원해주는 것인데 이를 통해 디딤돌대출에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까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디딤돌 대출 최우선변제금은 서울이 3200만원, 수도권 과잉지역이 2700만원, 광역시 2000만원, 기타가 1500만원이다. 이달말부터는 신혼부부가 디딤돌대출을 받을 경우에는 0.2%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A은행 개인고객부 관계자는 "MCG는 일시납으로 10여만원만 내면 가입을 할 수 있어 부담이 적다. 기존의 디딤돌대출에만 적용되고, 비소구대출에는 적용이 안돼 대출액에서 상당수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조건은 엄격하고 대출금은 적다보니 서민들은 자연스레 비소구대출보다는 디딤돌대출을 신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따라 3개월간 시범적으로 운용해본 후 비소구대출을 본격화할지 검토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정책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B은행 영업부의 한 직원은 "비소구대출 대상이라 상담을 하러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고객들이 꽤 있었다"며 "현장에서는 비소구대출이 내집마련을 위한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라 보기엔 여러 미비점이 있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전반에 비소구대출이 적용되는 데 비해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주택도시기금으로 나가는 디딤돌대출에만 한해 적용을 하고 있는데 은행들이 담보가치를 철저히 평가한다면 주택담보대출 전반에 이를 적용하는게 옳다는 시각이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대출에 근거가 되는 법제도가 비소구인데 반해 우리는 배려가 필요한 일부 계층에 대해 수혜를 주는 형태로 도입이 된 것"이라며 "대상층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의도했던 효과가 안나오고 있어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토부는 3개월간의 시범실시 후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본 사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범실시 기간동안의 실적은 물론 여러 지적들을 기반으로 대상과 기준에 대해 분석작업을 진행한다는 것. 김홍목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주택도시기금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감안하고 필요한 사안들을 포함해 소비자들에게 유리하도록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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