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28세 전재산 털어 카페 창업…원두커피시장의 미래를 열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지난달 23일 '한국맥널티 상장기념식'에 참석한 이은정 대표(52)는 감회가 남달랐다. 1997년 법인을 설립한 지 18년 만에 코스닥 상장이라는 감격스런 순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미혼인 그는 "회사를 18년동안 자식처럼 키웠다"고 회고하며 코스닥 상장사로 쑥 자라난 회사를 대견스러워 했다.  이 대표는 여성 벤처기업인들 사이에서 '스스로 길을 내고 후배에게 길을 터준 멘토'로 통한다. 그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인 1980년대만 하더라도 여대생의 경우 대학 졸업 후 얼마간의 사회생활을 하다가 25세 전에 결혼하는 것이 통념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이런 시대에 이 대표는 1988년 졸업 후 파스퇴르 유업에 입사한 그는 28세에 수중에 돈을 싹싹 긁어모아 마련한 7000만원으로 프랜차이즈 카페를 열었다. 그러다 커피 원두 유통에 관심을 갖게 됐다. 창업을 할 당시 한국 커피 시장은 믹스커피가 주류였지만 그는 원두커피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1997년 미국 맥널티와 합작해 한국맥널티를 설립했다. 이후 미국 맥널티는 문을 닫게 됐고, 직접 커피 유통 뿐만 아니라 원두 제조도 시작하게 됐다.  호기롭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사업 초기 남성인 사업 파트너들은 그를 '최고경영자(CEO)'로 보지않고 '여성'으로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원두를 유통할 때 카페 사장들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수금을 여자 사장이 직접 하러 오라"는 요구를 많이 했다. "여자 사장이라니" 이를 갈았다. 여성이라고 내려다보는 이들에게 원두를 안 팔면 그만이었다.  이것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 '대형마트를 뚫어보자'는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벽에 부딪혔다. 마트에서 다른 백화점보다 낮은 납품가를 원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매일 마트에 찾아가 상품설명을 하며 설득을 시켰다. 현재 맥널티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마트뿐 아니라 백화점, 호텔, 편의점 등 150여개 유통 채널을 보유 중이다.  그는 굳이 강인하게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1990년대만 해도 여성들은 회식 때 남자에게 뒤질세라 폭탄주를 마시고 옷차림, 말투 등도 일부러 터프하게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게 사업상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천안 공장에 오는 고객들이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큰 여사장을 상상했다가 체구도 작고 말투도 조용한 저를 보고 오히려 안쓰럽게 여겨 더 잘 도와주더라고요."  그는 여성들이 육아와 일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싶다면 창업만큼 좋은 게 없단다. 아이가 아프거나 학교에 가야할 때 직장인보다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리천장을 깼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애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그는 실제 베란다 유리창을 깬 적이 있다고 했다. 유리가 너무 깨끗해서 있는 줄 모르고 지나치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그는 이때를 빗대 "유리천장이 있다고 인식하지 않으면 유리천장을 깨기가 쉽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유리천장이 있다는 인식에 두려워서 선뜻 도전하기 저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유리천장이 실제 있어도 유리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도전하고 행동한다면 자기도 모르는 새 유리천장을 깰 수 있다는 얘기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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