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팔년, 힘 셌다…허점도 다 용서된 '추억 응팔이'

[부애리의 '시시콜콜학'] '응답하라 1988'에 최종 응답함(4)

사진='응답하라 1998'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응팔신드롬을 일으켰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16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응팔 초유의 관심사였던 덕선의 남편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택이)으로 결정됐다. 응팔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일까 마지막회와 결말은 다소 아쉬웠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밀당(밀고당기기)요소였던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는 응팔에서는 오히려 제 역할을 못했다는 반응이다.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았던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정환이 허무하게 덕선(혜리 분)을 포기한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이와 덕선의 로맨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부족했다. 성동일과 진한 부성애를 담은 보라의 결혼장면은 감동적이었지만 덕선의 결혼식이 없었던 점도 많은 팬들을 아쉽게 만들었다. 또 남자주인공이나 다름없었던 정환(류준열 분)의 분량이 갑작스럽게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을 남겼다. 이렇듯 다소 엉성한 스토리 전개에도 응팔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추억의 힘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쌍팔년도의 추억=응팔을 보는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그 시절에 대한 향수였다. 응팔은 쌍팔년도 쌍문동을 완벽하게 재연해냈다. "맞아 저 땐 그랬지"라는 감탄사와 함께 응팔에 등장한 추억의 물건, 유행어, 명곡 등이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덕선(혜리 분)이가 피켓걸로 등장한 88올림픽, 앞머리 뽕을 유지하기 위해 뿌리던 스프레이부터 드라마 중간 중간 등장하던 금성사, 크라운 맥주, 곤로, 월드콘, 마이마이같은 소품들은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한층 더했다. "아이고~ 김사장" "반갑구만 반가워요" "음메 기죽어~ 음메 기살어" 등 추억의 유행어는 시청자를 미소짓게 했으며 이문세의 '소녀',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 '매일 그대와' 등은 2016년 음악차트까지 섭렵했다.정겨운 쌍팔년도 골목길 풍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응팔 첫회는 "00아 밥먹자~"라는 소리로 시작한다. 이 소리가 들리자 친구집에서 놀던 주인공들은 다 각자의 집으로 흩어진다. 덕선(혜리 분)네를 중심으로 정환(류준열 분), 택(박보검 분), 선우(고경표 분), 동룡(이동휘 분)네는 쌍문동에서 가족 못지않게 서로를 위하는 이웃들이다. 이웃끼리 반찬을 나눠먹는 풍경, 식구들끼리 모든 사정을 다 알고 지내는 모습은 마주쳐도 인사하기조차 어색한 지금의 우리들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옥수수바구니에 덕선의 수학여행 용돈을 담아 무심히 건네는 정환엄마 (라미란 분)의 모습은 덕선엄마(이일화 분)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가슴도 먹먹하게 만들었다.
◆진한 가족애 코드=응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가족애다. 덕선네, 택이네, 정환이네는 무뚝뚝하지만 끈끈한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극중 덕선의 아빠(성동일 분)가 화가 난 덕선을 풀어주면서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디, 긍께 우리 달이 쪼까 봐줘"라고 말하는 모습은 많은 딸들을 울렸고, 영어를 못 읽는 초졸 엄마를 위해 알파벳을 한글로 적어주는 정환의 모습은 코 끝 찡한 감동을 남겼다. 수술에서 깨어난 뒤에도 동생 정환의 코피를 걱정하는 정봉 (안재홍 분), 갱년기 엄마를 위해 서프라이즈 웨딩을 준비하고, 명예퇴직을 한 아빠를 위해 감사패를 전달하는 모습 역시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또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만큼은 뜨거웠던 성동일·성보라(류혜영 분)의 편지는 많은 시청자들을 울렸다.응팔 마지막회 시청률은 19.6%(닐슨코리아)로 비지상파 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었다. "시간은 기어코 흐른다. 모든 것은 기어코 지나가 버리고 기어코 나이들어 간다.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찰나의 순간을 눈부시게 반짝거리고는 다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눈물 겹도록 푸르른 시절 나에게도 그런 청춘이 있었다" 응팔 마지막회 대사다. 시청자들은 응팔을 통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느끼며 울고 웃었다.화려한 배우도 탄탄한 스토리도 없었지만 잔잔했던 응팔은 우리에게 뜨거운 추억을 선사했고, 시청자들은 그에 응답했다.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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