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난해 국내 주식 3조5000억원 순매도…12월에만 3조원어치 팔아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정상황이 악화된 산유국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외국인이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4년만에 순매도를 기록했다. 원유 수급 불균형, 달러 강세 등으로 유가가 12년만에 장중 20달러대까지 추락하면서 앞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오일머니 엑소더스'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3조5000억원 순매도했다. 연간 기준으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것은 2011년 이후 4년 만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에만 국내 주식을 3조1000억원어치 순매도해 코스피가 급락한 같은해 8월(3조9000억원 순매도) 이후 가장 큰 금액을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은 421조원(시가총액 대비 28.6%)으로 감소했다. 순매도 국가 상위권은 모두 산유국이 차지했다. 영국이 5조2000억원, 사우디아라비아가 4조700억원, 노르웨이가 1조4000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영국과 노르웨이는 북해산 브렌트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이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이다. 특히 노르웨이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대형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공통점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난해 10월 1조8965억원, 11월 3083억원, 12월 7730억원 등을 순매도하는 등 석달동안 2조9778억원을 팔아치우며 오일머니 이탈을 가속화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의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국부펀드 등을 통해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PFG)과 사우디아라비아 통화청(SAMA)은 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 투자 비중(일본 6%, 한국 2%)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앞으로 오일머니 회수 과정에서 국내에 들어 온 자금 유출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국내 주식을 9조9000억원 순매수했고, 싱가포르(1조6000억원)와 일본(1조3000억원)도 1조원 넘게 주식을 매수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산유국은 유가하락에 따른 재정부담으로 국내 주식을 순매도한 반면 미국은 달러 강세로 유입된 자금 일부가 해외로 투자되면서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며 "국제유가가 장중 20달러대로 붕괴되는 등 유가 반등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올해도 당분간 오일머니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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