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시달리는 소방관 위해 변호사 10명 뽑는다

소방관 대상 '보따리 내놓으라'는 소송 늘어나...변호사 10명 채용해 법률 지원 확대 나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김 모 소방관은 3년 전 "구급차가 늦게 도착했다"고 시비를 거는 취객에게 폭행을 당해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퇴원한 김 씨를 기다리던 건 "구급대원이 먼저 때렸다"고 주장하는 고소장이었다. 김 소방관은 그동안 누명을 벗기 위해 경찰서와 검찰청, 법원을 수십 차례 오갔지만 별다른 법률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변호사 10명을 공개 채용한다. 화재ㆍ구조ㆍ구급 업무에 나섰다가 각종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에 휘말린 소방공무원들을 돕기 위해서다. 지원 자격은 23세 이상 40세 이하의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시험 합격 또는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사람이면 된다. 거주지 제한은 없다. 소방본부는 이들 변호사들을 소방경(일반 공무원 6급 상당)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원서는 오는 28일 부터 2월 3일까지 인터넷원서접수센터 (www.119 gosi.kr)로 접수한다. 1차 서류전형, 2차 신체검사와 인ㆍ적성검사를 거쳐 3차 면접시험 대상자를 선발하게 된다. 최종합격자는 면접시험 고득점자 순으로 결정된다.이처럼 소방본부가 변호사 채용에 나선 것은 최근 들어 업무 수행 도중 발생한 일로 법적 분쟁 등에 시달리는 소방공무원들이 늘어나는 반면 법률적 지원은 부족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민원인들이 소방업무와 관련해 시ㆍ도 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77건으로 이중 45건이 완료됐고 나머지 32건은 진행 중이다. 완료된 소송 45건의 경우 27건은 민원인이 패소했고 7건은 승소했다. 소취하 3건, 조정ㆍ화해 등 기타 8건이다. 그러나 이를 지원하는 법률전문가는 서울 2명, 경기 1명 등 전국을 통틀어 단 5명에 불과해 감당하기가 어려웠다.이에 소방관들은 소송에 대응하느라 휴직을 하거나 아예 그만 사표를 내는 경우도 많았다. 상대방과 개인적인 송사에 휘말릴 경우 사비를 털어서 혼자서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은 민원인들이 먼저 욕을 하거나 폭력을 휘둘러도 소송에 휘말리기 싫어 먼저 사과를 하거나 심지어 보상금을 주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특히 최근 10년간 화재, 구조ㆍ구급을 위한 119 긴급 출동 횟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소방관들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화재의 경우 2005년 3만2300여건에서 지난해 4만2100여건으로 30%가 늘었고, 구조도 10만5300여건에서 45만1000여건으로 328%나 급증했다. 응급처치 및 환자 이송 등 구급 출동은 149만3300여건에서 238만9200여건으로 60% 가량 늘어났다. 게다가 도로교통법 상 구급차나 소방차가 긴급 출동할 때 신호 위반, 과속, 중앙선 침범을 허용하고 있지만 사고가 나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적용돼 운전한 대원에게 일반 운전자와 같은 형사책임은 물론 민사책임도 져야 한다. 구급ㆍ구조 출동 과정에서 법규 위반으로 사고가 나더라도 운전대원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내용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안이 2013년 발의됐지만 아직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외국의 경우 대부분 구급차 운전자의 사고에 대해선 해당 지자체ㆍ기관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재난 현장에 출동했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리거나 구조?구급 출동(이송)지연에 책임을 묻는 소송이 제기되는 등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소방공무원들에 대한 법률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변호사 채용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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