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만 '체감경기 쑥'…전국 경기전망은 더 하락

대한상의 경기전망지수 조사 제주만 기준치 상회 '중국 러시, 제주살이 열풍 덕'전국경기전망지수 계속 추락 '중국둔화, 더딘 내수회복'기업 44% 올해 경영계획 못 세워 "불확실한 경제여건 때문"소비심리 회복·규제개선·창조경제 활성화 필요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지난해 6% 경제성장(한국은행 추정)을 이룬 제주의 올해 경기전망지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중국 등 관광객의 꾸준한 유입으로 활발한 소비·투자가 일어난 덕분이다. 전국기업경기전망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은 최근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BSI는 100이상이면 이번 분기보다 다음 분기에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은 것이고, 100미만이면 그 반대다.제주도는 111을 기록했다. 전국의 기업경기전망지수는 기준치를 밑도는 81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88), 4분기(87)보다 더 떨어진 수치다. 대한상의측은 “중국경기 둔화전망과 함께 더딘 내수회복이 전국체감경기 하락세의 이유”라면서도 “최근 중국인 러시에 한국인의 ‘제주살이’ 열풍이 가미된 제주에 소비·투자 증가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가 가장 먼저 체감경기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는 얘기다.실제로 제주 인구는 5년전에 비해 11%가 증가해 도내 소비심리와 건설경기 호조세를 이끌고 있다. 제주상공회의소측은 “제주신화역사공원, 영어교육도시 등 대규모 공공건설사업과 IT(정보통신), BT(생명공학) 기업의 제주이전이 경기전망을 밝게한다”며 “여기에 지난해 최초로 1300만 관광객을 돌파할 정도로 세미나, 수학여행 같은 단체관광이 증가한 것도 경기전망 호조세의 원인”이라고 말했다.건축물 스티로폼을 생산하는 회사 관계자는 “유입인구가 늘면서 제2공항도 예정되고 다세대, 다가구 주택 건설 붐도 크게 일고 있다”며 “매출이 견실하게 늘고 있어 공장을 빠르게 돌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제주의 건강식품 제조기업 역시 “중국 관광객 구매가 꾸준히 느는데다 제품경쟁력도 판매호조에 한몫했다”며 “이제 제주에서 벗어나 수도권과 외국으로의 진출을 모색중”이라고 덧붙였다.지역별로 IT, 자동차 관련 기업이 많은 충청권 BSI는 89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 조선업체가 많은 호남권(77), 대구경북권(67)은 상대적으로 향후 경기를 어둡게 봤다. 수출기업 BSI는 88로 지난 분기에 비해 1포인트 하락했으며, 내수기업은 80으로 전분기 대비 7포인트 떨어졌다. 대기업은 79로 중소기업(82)보다 낮았다.실제로 경기도에서 방송 특수차량을 수출하는 한 기업은 “동남아 신흥국의 경기부진으로 전반적인 수요가 크게 줄고 중국의 저가공세로 점유율마저 밀려 큰 타격”이라며 “이들 국가의 경기가 살아날지도 의문이어서 수출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사무용 가구를 생산하는 한 전북기업은 공공기관 납품업체임에도 주문이 줄어 애를 먹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구입량을 줄이는데 반해 인건비는 오르고 있어 계속 적자”라며 “사무용품 업종경기도 좋지 않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중국 외에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다 보니 제조기업들은 사업의 갈피를 잡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사업계획을 세웠느냐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55.7%만이 ‘계획을 세웠다’고 했고 44.3%는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계획의 이유로 기업의 72.6%는 ‘불확실한 경제여건’을 꼽았다.남재현 고려대 교수도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짙어 소비와 투자 모두 침체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어려울수록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시계를 갖고 혁신에 나서야 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내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로는 ‘소비심리 회복’(38.2%), ‘규제개선’(21.0%), ‘창조경제 활성화’(19.4%), ‘노동개혁’(13.7%), ‘금융개혁’(5.6%) 등을 차례로 꼽았다.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지난해 말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회복되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기업인들의 심리를 살려 투자와 생산 회복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내수활성화 정책이 지속되고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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