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10분만 빌려탈게요'…공유경제의 진화

마이카 시대서 ‘아워카’ 시대로[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의 외부 일을 위해 일일 수행 비서를 부른 아들 강민규(가명)씨. 강씨는 자신의 차를 아버지에게 내드리고 시간당 만원짜리 시간제 운전기사를 불렀다. 시간제 운전기사는 운전뿐 아니라 주차대기 같은 수행비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강씨의 아버지도 만족해했다. 아버지가 집을 나선 후 강씨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해 차를 빌려 자신의 '공동 비즈니스' 사무실로 향했다. 이 사무실은 무선 네트워크나 회의실, 사무용품 등을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어 강씨 같은 1인 창업자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공유경제란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한 개념이다. 빈방, 자동차, 책 등 물품을 비롯해 서비스와 생산 시설 등을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서비스들이 대표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로렌스 레식 하버드 법대 교수가 처음 쓴 용어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공유경제 모델이 없었던 건 아니다. 최근 들어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합리적 소비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뚜렷해지면서 공유경제 모델이 활성화되고 있다.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는 세계적으로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는 운송수단을 '소유'의 개념에서 '공유'로 바꾸며 거침없는 행보를 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우버의 기업가치는 창업한 지 5년 만에 680억달러(약 78조9400억원)를 기록했다. 이미 107년 전통의 제너럴모터스(GM)를 뛰어넘었다. 숙박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도 270억달러(31조482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월드와이드의 시가총액(222억달러)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공간서비스를 시작한 '토즈'가 대표적인 공유경제 서비스 업체로 꼽힌다. 이 회사는 최초의 공간서비스 모델인 '모임센터'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1인 창업과 소규모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토즈 워크센터'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2001년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마이너스 실적 없이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은 2010년 60억원에서 2013년 130억원, 2014년 210억원에 이어 지난해 325억원을 기록했다. 2002년 서울 신촌에 첫 센터를 개설한 이후 14년 만에 142개 센터를 보유하게 됐다. 시간제로 이용하는 렌터카 서비스 '쏘카'는 공유경제의 성공적 사례다. 하루 단위로 대여할 수밖에 없는 렌터카의 시스템적 불편함을 해소하고 최소 10분 단위로 차량대여가 가능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2013년 쏘카의 매출은 25억원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147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180억원으로 몸집을 키웠고, 지난해 연매출은 500억원 안팎이다. 2012년 100대에 불과했던 렌털 차량은 3년 만에 3000대를 돌파했다. 회원 수도 100만명을 넘겼다. 쏘카는 이용료에 ㎞당 유류비를 매기는 요금체계다. 차종에 따라 기본료는 다르지만 30분 기준 주중 3340원(심야 1670원), 주말 446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추가 주행 요금은 1㎞당 230원이다. 강씨가 아버지를 위해 이용한 '김콜'은 전화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하는 날짜와 출발지를 예약하면 운전 거리의 제한 없이 수행기사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요금은 시간당 1만원. 백화점 주차대기, 차량 세차와 관리 등의 부가서비스도 가능하다. 대기업 임원처럼 수행기사 서비스를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빌려주고, 빌려 쓰는 서비스도 있다. 가끔 쓰는 물건이라 처분할 순 없지만 평소에는 공간만 차지하는 물건을 공유하는 개념이다. '사지 말고 빌리지'는 가지고 있는 물건을 놀리느니 조금이라도 돈을 벌면서 남들이 쓸 수 있도록 한다. 반대로 자주 쓸 일은 없지만 하루 이틀만 쓰면 되는 물건은 사용료를 지불하고 빌려 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리적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하는 시간만큼만 사용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시간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좋다"면서 "앞으로 공유경제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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