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몬스터]강남불패 셈법…분양가 밀당작전

조합·건설사, 수익률 높일 적정가 고심부동산 시장 위축에 분양가 협상 난항조합원 부담 줄이고 청약경쟁률 높여야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국내·외 악재로 부동산 시장에 불안감이 퍼지자 투자자들의 시선이 강남으로 쏠리고 있다. '강남불패'라는 인식 속에 불황기에도 가격 상승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다. 아울러 올 초 예정된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분양 성적이 향후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란 시각도 편승한다. 특히 올해는 강남권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대거 분양에 나서 조합과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투자 수익과 직결되는 분양가 산정 작업에서 어느 때보다 고심이 묻어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지난해에는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덩달아 분양가도 뛰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932만원으로 집계됐다. 3년 연속 오르막길을 걸었다. 특히 강남에서 분양한 반포래미안아이파크(4257만원)과 반포 센트럴푸르지오써밋(4094만원)은 3.3㎡당 4000만원을 훌쩍 넘겨 고분양가 논란까지 일었다.그러나 해를 넘기면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GS건설은 오는 14일 새해 첫 강남 재건축 물량인 신반포자이(반포한양 재건축) 청약을 앞두고 조합과 분양가 협상을 벌이는 중인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합 내부에선 3.3㎡당 평균 분양가를 4300만~4500만원으로 하자는 주장이 우세했다. 그런데 시장 위축이 감지되면서 고분양가를 고수하기보다 적정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엔 4100만~42000만원 선에서 결정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투자자와 실수요자를 끌어들여 조기 완판을 하면 그만큼 조합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조합 관계자는 "이 정도 입지에 분양가가 4000만원 초반 대라면 고분양가는 아니다"면서도 "분양가를 조금 낮춰 청약경쟁률을 높이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올해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개포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도 고민이 깊다. 오는 3월 '래미안 블레스티지'를 선보이는 개포주공2단지 조합은 3.3㎡당 평균 분양가로 3700만~4000만원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3600만~3700만원 선에서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는 청약 직전 확정되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다"면서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개포주공3단지는 시공사 현대건설의 새 고급 아파트 브랜드 '디 에이치'가 처음 적용될 예정이다. 전체 1235가구이며 3.3㎡당 평균 분양가를 3800여만원으로 잠정 책정한 상태다. 조합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이 분양가를 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논란은 여전하다. 인근 P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투자수요가 줄면서 분양가를 3.3㎡당 100만~300만원이라도 낮춰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다"고 말했다.이 같은 분위기는 강북권도 마찬가지다. 한라건설이 이번 주 서울 중구 만리동에서 분양에 나서는 '서울역한라비발디 센트럴'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00만원을 겨우 넘길 전망이다. 대형 평형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2000만원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4년 GS건설이 인근에 분양한 '서울역센트럴 자이'(3.3㎡당 평균 2050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분양가를 두고 조합과 건설사가 딜레마에 빠지는 건 결국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재건축·재개발은 조합원 물량과 청약을 진행하는 일반분양으로 나뉜다. 일반분양의 분양가가 높을 경우 조합원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무턱대고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아 미분양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조합이 부채를 떠안게 된다.미분양 사태가 지속되면 고급 아파트 이미지는커녕 미분양 단지라는 오명을 쓰게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 분양가였던 '반포 래미안아이파크'는 결국 높은 청약경쟁률에도 미계약 물량이 남아 뒷말을 낳고 있다. 결국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물론 유상 옵션이었던 식기세척기·김치냉장고 등을 무상 제공하며 계약 조건을 파격적으로 바꿨다.3.3㎡당 4000만원 안팎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세태는 여러 해석을 낳는다. 업계에선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낄 수 있고 오히려 해당 지역의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강남'이라는 특수한 입지에서 정해지고 거래되는 가격에 일일이 왈가왈부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이 공존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분양이 성공하느냐 여부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며 분양 이후 시세가 분양가 이상으로 유지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도 "단기적인 시각으로 지나치게 높게 분양가를 책정하면 분양사업이나 브랜드 등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올해 분양하는 강남 재건축 단지의 특징은 일반분양이 적다는 점이다. 개포주공3단지는 전체 1235가구 중 6%(73가구)만이 일반에 공급된다. 인근 개포주공2단지도 전체 가구의 20%인 396가구만 일반분양 대상이다. 그나마 일반분양 비율이 높은 곳이 이달 분양하는 GS건설의 신반포자이로, 전체 607가구 중 25%(153가구)를 일반분양 예정이다.분양 관계자는 "일반분양이 적다는 건 그 만큼 투자 가치가 높다는 것"이라며 "일반분양 물량이 적기 때문에 미분양을 우려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나 높은 경쟁률로 조기 마감되고 이를 통해 조합원들의 이익과 향후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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