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뉴스를 보니 올 새해를 맞아, 청와대는 지난 3년간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의 실천'을 이뤄냈다고 자평했습니다. 경제민주화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사회 시스템이 최소한의 기회균등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나라가, 무엇을 해냈다는 것입니까.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일자리가 갈수록 불안해지는데, 무엇이 민주화되었다는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근 발표된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취업자 증가 수는 석 달 만에 다시 2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고 합니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8.1%로 넉 달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갓 취업을 한 20~30대 청년들에게 명퇴를 권고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청년들의 고용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대통령께서는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보고 계신 것 아닌가 의구심도 갖게 됩니다. 혹시 노동개혁 5대 법안이 청년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실 거라고 말씀하고 싶으신지요? 이 법안들은 특별연장근로 8시간 허용, 실업수급자격기준 강화, 단계적 출퇴근 산재보상, 35세 이상 비정규직 2년 후 2년 더 연장, 파견업무 허용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야당이나 일부 근로자들은 기업들 편에 선 '개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지 알 수 없군요.대통령님도 '수저계급론'이라는 말을 들어보셨겠지요? 어차피 금 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 따로 있고 흙 수저 따로 있으니 아무리 노력해도 살림살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이 얘길 듣고 혹시, 요즘 젊은 친구들이 너무 나약하고 부모 핑계만 댄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시는지요? 과연 그럴까요?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마치 거대한 벽 앞에 서있는 듯한 느낌. 그게 요즘 젊은이들의 마음입니다. 정말 부모의 지원 없이 그 벽을 뚫는 일은 불가능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절망'을 읽어주셔야, '수저의 한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 태어난 것 자체가 불행의 시작이었다는 주장, 그게 '헬조선'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의 의미입니다. 혀를 차기 전에, 무능을 탓하거나 무기력을 책망하기 전에, 한번 더 청년들의 마음으로 감정이입해보시면 안되겠습니까.새해 벽두부터 말이 길어졌습니다. 대통령님이 아니면 누가 이런 사회시스템과 경제생태계를 해결해주겠습니까? 금수저, 은수저를 탓하지 않을테니, 청와대에서 많은 청년들의 수저를 챙겨주십시오. '청수저'로 밥 좀 먹고 살고 싶습니다.<이 기사는 청년실업, 노동개혁 등의 이슈에 대해 온라인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청년백수가 새해에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면 어떤 내용일지를 가상해 작성한 것입니다.>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