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모르고 송년회 가지마오'…올해 '빅이슈 20'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면 늘 올해를 달궜던 이슈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곤 한다. 정신없이 한 해를 보낸 것 같은데 막상 올해 이슈가 뭐냐고 물으면 다섯 개 이상 주워섬기기 쉽지 않다. 어제 점심 메뉴도 기억나지 않는데 연말 이어지는 송년 술자리로 인한 알콜성 치매라고 둘러대기도 마뜩잖다. 그래서 치열하게 한 해를 보냈지만 도대체 어떤 것에 관심을 쏟았는지 가물가물한 이들을 위해 올해를 달군 '빅이슈' 스무 가지를 골라봤다.
메르스 사태와 無정부=올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주목한 키워드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였다. 구글 국내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검색어였고 트위터에서도 언급량이 가장 많은 키워드였다. 5~6월 나날이 늘어나는 감염자와 사망자는 전 국민을 공포에 빠뜨렸고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경제 상황도 악화됐다. 특히 방역 당국의 안일한 대응으로 국민들의 피해가 속출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던 국격의 실체를 짐작하게 했다.
세월호, 치유되지 않은 상처=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는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이슈다. 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는 올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로 세월호를 꼽았다. 진실 규명과 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고 이를 촉구하는 1주기 집회에서 경찰은 유족들에게 물대포를 쐈다.
"누구를 위한?"…역사교과서 국정화=박근혜 정부의 중ㆍ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검인정 체계에서 발행된 교과서들이 이념적으로 좌편향 돼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정부는 고집스레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국정 교과서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면서 이 문제는 이념 논쟁으로 번졌다.
국정원 해킹과 빨간 마티즈=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고 했던 국정원에도 올해 국민들이 이목이 집중됐다. 국정원은 지난 2012년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휴대전화를 해킹할 수 있는 리모트컨트롤시스템(RCS) 소프트웨어를 구매,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해킹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댓글부대에서 해킹부대로 위상을 높였다. 이후 여기 관련된 국정원 직원의 빨간색 마티즈와 의문스러운 죽음까지 아리송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헌재, 간통죄 위헌 결정. 사진=MBC 뉴스 캡쳐.

"이제 마음껏 간통할 수 있나요?"…간통죄 폐지=간통죄 처벌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62년 만에 간통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향후 영향 등에도 시선이 쏠렸다. 이로 인해 과거 간통죄로 처벌을 받았던 유명인들의 이름이 다시 거론됐고 기혼자들의 데이트를 주선하는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이 국내 영업을 재개했다. 애슐리 매디슨이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인생은 짧다, 바람을 피우자"다.
가장 인기 있었던 핫스팟은…광화문과 시청=대규모 집회가 열렸던 광화문과 시청은 SNS 등에서 올해 가장 많이 언급된 장소였다. 광화문은 트위터에서 가장 언급량이 많았던 사회분야 키워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집회에서의 충돌이 경찰의 과잉진압이냐, 아니면 시위대의 폭력시위냐는 문제는 계속에서 논란을 낳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제14대 대통령을 지낸 '거산(巨山)' 김영삼 전 대통령이 11월 22일 새벽에 서거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훈은 '통합'과 '화합'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운동과 재임시절 업적 등이 다시 조명을 받았다. 너도나도 'YS의 정치적 아들'을 자처하며 상가를 지킨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문상을 하고 빈소에 7분 간 머물렀으며 방명록은 작성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감기를 이유로 첫 국가장 영결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짜증내며 보는 드라마 롯데그룹 형제의 난=롯데그룹의 분란에도 여론이 들끓었다. 현재 롯데그룹의 수장인 신동빈 회장과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 형인 신동주 회장 등을 둘러싼 권력 다툼은 일일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일본어 인터뷰 논란, 일본 기업 논란 등도 더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분과 안철수의 철수=계속해서 갈등을 빚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탈당으로 결국 분열 사태를 맞았다. 다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일 대로 쌓인 상황이라 안 전 대표의 결행에도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동반 탈당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목소리를 높이며 문재인 대표를 흔들던 이들도 탈당 가능성 앞에서는 멈칫거리고 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왼쪽)과 이완구 총리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최단명 총리=해외자원개발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리스트는 정치권에 큰 파장을 가져왔다. 정치인 8명 이름이 포함된 이 메모에는 '김기춘(10만 달러), 허태열(7억), 홍준표(1억), 부산시장(2억), 홍문종(2억), 유정복(3억), 이병기, 이완구'라고 쓰여 있었다. 이로 인해 이완구 전 총리는 역대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지만 수사는 결국 흐지부지 됐다.
미국 리퍼트 대사 피습=3월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을 당한 사건도 올해 주요 이슈였다. 반미성향의 김기종 씨는 리퍼트 대사에게 달려들어 25cm 흉기를 휘둘렀다.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뺨을 80여 바늘 꿰매는 등 2시간30여 분에 걸친 큰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북한 유감 표명. 사진=YTN 뉴스 방송화면 캡처

北 지뢰도발과 '유감'이라는 사과=북한이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 목함지뢰를 매설해 우리 장병 2명이 부상을 당하면서 남북대치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전개됐다.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북측은 반발하며 서부전선에서 포격 도발을 가했다.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면서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의 극적인 타결로 군사적 대치 상황은 종결됐다. 북한은 '유감'을 표했고 우리 정부는 이례적이라며 사과라고 해석했다.

IS 성탄설에 아시아 지역 테러 가능성. 사진=연합뉴스TV 뉴스 화면 캡처

IS(이슬람 국가)와 테러 위협=IS의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IS를 지지한 내국인이 10명이라는 사실도 전해졌다. 대통령도 나서 "IS도 우리나라에 테러방지법이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며 국민들의 불안을 부추겼다. 이 같은 불안은 이슬람 포비아(공포증)나 다문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번져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페이스페인팅도 처벌 받나요?"…복면금지법 논란=올해 11월 14일 벌어진 대규모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들의 폭력행위와 경찰의 과잉진압이 문제가 되자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이슬람 국가(IS)에 비교하면서 복면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는 이에 맞춰 집회ㆍ시위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복면금지법'을 발의해 논란이 일었다.

'암살' 배우들 / 사진=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제공

현실에 대한 분노 반영된 암살과 베테랑 열풍=영화계에서는 암살과 베테랑이 잇따라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이 영화는 친일파의 후손이 버젓이 거드름을 피우고 재벌들이 부를 독점하는 답답한 현실에 직격탄을 날리며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했다. 약산 김원봉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졌다.
'기쁨을 아는 몸' 신경숙 표절 논란=올해 문화계를 뒤흔든 사건은 유명 작가 신경숙씨의 표절 논란이었다. 6월 소설가 이응준이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신경숙의 표절을 지적했고 이는 문학계의 곪은 부조리를 터뜨리는 역할을 했다. 일본 극우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읽어본 적 없다고 했던 신경숙은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인터뷰에서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반쯤 사과했다.

도도맘 김미나 씨, 강용석. 사진=여성중앙 제공, 스포츠투데이 DB

안 궁금한 올해의 스캔들…강용석과 도도맘=올해 온라인을 들썩이게 했던 스캔들은 방송인으로 주가를 올리던 강용석 변호사와 파워블로거 도도맘 김미나씨의 불륜설이었다. 강 변호사는 이로 인해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지만 왠지 더 왕성하게 활동하는 느낌이다. 도도맘 역시 얼굴을 공개하고 인터넷 방송 등에 출연해 미모를 과시했다. 불륜 여부와 관계없이 인지도 하나는 확실히 챙겼다.
도박으로 얼룩진 스포츠=스포츠계는 도박, 승부조작 등으로 얼룩졌다. 소속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가 불거진 삼성라이온즈는 힘없이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내줬고 프로농구에서는 일부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 제명됐다. 전창진 전 감독은 승부조작과 불법 도박 혐의로 KBL로부터 '무기한 등록 자격 불허'라는 징계를 받았다. 프로축구에서는 심판이 특정 구단으로부터 돈을 받아 구속됐다.

사진=SBS 백종원의 3대천왕 방송 화면 캡처

'쿡방' 열풍과 연예인 못지않은 셰프들의 인기=방송계에서는 셰프들이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로 떠올랐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필두로 최현석, 샘 킴, 이연복, 오세득 등이 속속 등장해 인기를 끌었고 이들이 운영하는 식당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요리를 직접 만드는 '쿡방'은 이제 방송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응팔 오혁. 사진='응답하라 1998' 홈페이지 캡처

'응팔' 다시 부는 복고 바람=시리즈 최고 시청률을 경신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복고 바람을 넘어 사회적인 신드롬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1980년대 유행가를 비롯해 당시 대중문화가 다시 시대를 거슬러 인기를 얻고 있고 각 기업들도 복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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