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상장 100년' 주가 340만% 올랐지만 'ㅠㅠ'

1915년 11월11일 뉴욕증시 입성…상장 첫날 47$ IBM 투자자, 현재 평가액 160만$ 1만1879주 보유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IBM이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상장 100년을 맞았다. IBM은 1915년 11월11일 뉴욕증시에 입성했다. 당시에는 'CTR(Computing-Tabulating-Recording)'이라는 이름의 회사였다. 1924년에 현재의 IBM으로 사명을 바꿨다. 상장 첫 날 거래된 47달러에 IBM 주식 한 주를 산 투자자가 있다면 지금쯤 얼마나 행복할까. 블룸버그 통신은 IBM 주식이 상장 후 100년 동안 340만% 올랐다며 배당을 제외하고 연 평균 11%의 투자수익률을 안겨줬다고 보도했다. 100년 전 47달러에 IBM 주식 한 주를 샀다면 지금 IBM 주식 1만1879주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며 현재 평가액 160만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20세기 초반의 애플이라고 할 수 있는 IBM의 최전성기는 대공황 직전이었다. 1927년~1929년 사이 IBM의 주가는 54달러에서 216달러로 수직상승했다. 대공황을 거치며 1932년에는 주가가 9.125달러까지 추락했다. 당시 IBM 사장이었던 토마스 왓슨은 위기에 굴하지 않고 투자를 계속 했다. 10억달러를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고 창고에 재고가 쌓여있었지만 공장을 계속 돌렸다. IBM 주가는 1980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올랐다. IBM은 1979년 6월29일 다우지수 일원이 됐다. 이후 IBM 주가는 현재까지 1600% 올랐는데 이는 같은 기간 6000% 이상 오른 다우지수 수익률보다 못한 것이다. 대공황·닷컴버블·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위기와 인터넷·모바일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 등 수많은 파고를 견뎌낸 IBM이지만 지금은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IBM 주가는 올해 들어 16% 하락했다. 다우 지수 30개 종목 중 두 번째로 나쁜 성적이다. IBM의 매출은 최근 14개 분기 연속 감소를 기록 중이다. 티그레스 파이낸셜 파트너스의 이반 파인 파인세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많은 트렌드들이 IBM을 거쳐갔고 지금은 소셜·모바일·빅데이터·클라우드가 새로운 트렌드"라며 "IBM은 이 모든 영역에서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경제 흐름에 적응 중이라는 것이다. 그린위치 자산운용의 바한 잔지지언 CIO는 IBM이 지난 10년간 자사주 매입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트렌드로 성장하는 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 비용으로 써야 할 자금을 엉뚱한데 썼다는 것이다. 사실 IBM의 꾸준한 주주환원 정책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됐다. IBM은 상장 이듬해였던 1916년 지속적인 분기 배당을 선언했고 지금도 꾸준히 배당을 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도 물론이다. 이같은 꾸준한 주주환원 정책 때문에 투자에 소홀했고 현재 IBM이 시대적 변화에 뒤처진 결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꾸준한 주주환원 정책이 주주들의 불만을 무마시켰고 경영진이 여유를 갖고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게 해 장기적 성장의 발판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상장사 100년 IBM의 저력을 여전히 믿어 의심치 않는 이들도 많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대표적인 IBM 장기 투자자다. IBM의 매출이 계속해서 줄고 있지만 버핏은 IBM 주식을 늘리기만 하고 있다. 버핏이 소유한 보험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7일 3분기 기준으로 IBM 보유 주식이 20억달러의 미실현 손실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버크셔는 "IBM은 계속해서 수익을 내고 막대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이라며 "현재 IBM 주식을 매도할 계획이 없으며 IBM 주가는 회복돼 결국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노부스 증권의 댄 모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IBM이 클라우드 사업 매출 비중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IBM은 클라우드 사업 부문에서 70억달러의 매출을 발생시켰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모건은 IBM이 클라우드 부문에서 4~5위권이라며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와 꽤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CLSA의 루이스 미스시오스키아 애널리스트는 IBM이 필수 전략 사업으로 보고 있는 모바일·보안·(빅데이터) 분석 부문의 매출을 2018년까지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드웨어나 서비스 부문보다 수익성이 더 높은 소프트웨어 부문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잔지지안은 지금 아무도 IBM이 매출을 빠르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높은 수익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스시오스키아 애널리스트는 IBM이 2~3% 정도의 매출 증가율만 기록해도 월가는 행복해할 것이라고 말했다.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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