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청사진이 바뀐다…명품숍에서 '착한 쇼핑몰'로

과거 내국인 대상의 '명품 할인 쇼핑몰' 개념에서직구 증가, 요우커 급증 등 시장 변화로 외국인 관광객으로 중심축 이동관세법 개정으로 쇼핑몰→관광의 연장 변화지역 및 중소기업 상생 + 관광 인프라 조성 역할론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면세점의 청사진이 바뀌고 있다. 정부가 사업자(특허)를 심사해 5년마다 지정하는 허가 형태로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사회 공헌이나 상생이 면세점의 주요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지역 상권 및 중소기업과의 상생 및 관광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과거 면세점은 해외여행을 기회로 평소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제품을 쇼핑할 수 있는 일종의 '할인 쇼핑몰' 개념이었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 및 해외 직구가 성행하기 전인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오프라인 매장과 비교해 가격경쟁력도 컸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시장의 변화는 최근 들어 정점을 찍고 있다. 병행수입 및 직구 열풍으로 내국인들은 면세점 밖에서 해외 고가 브랜드를 저렴하게 사기 시작했고, 동시에 중국인관광객이 밀려들어오면서 면세점 영업의 축은 내국인에서 외국인으로 완전히 옮겨갔다. 면세점이 '쇼핑'의 개념 보다는 '관광'의 연장선상에 놓이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대기업의 특허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었고, 갱신 형식도 자동 갱신에서 경쟁입찰로 바뀌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면세점은 보다 사회적인 '기여'를 해야하는 유통채널로 변화하고 있다. 입찰 심사 목록에 '상생'이 주요 변수로 등장했음은 물론이다. 실제 기업들은 앞다퉈 관련 공약을 내놓으며 치열하게 경쟁중이다. 연말 사업권이 종료되는 면세 특허에 도전한 롯데면세점, 신세계, SK네트웍스, 두산 등은 각각 부지로 내세운 지역의 인근에 분수, 관람차 등 관광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이색 공약까지 밝혔다.

롯데면세점 음악분수 조감도

◆1위의 고민…롯데, 월드점 지키기 '총력'= 오는 13, 14일 치뤄질 입찰심사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2개의 사업권이 걸려있는 롯데의 경우 수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월드타워점의 경우 신세계, SK네트웍스, 두산 등 모든 기업이 도전해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소공점의 경우 국내 최대규모의 1위 사업장이기 때문에 관세청 입장에서도 사업권을 거둬들이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대응해 롯데는 향후 5년간 월드타워점에 1조2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고, 내년 하반기 타워 완공 시점에 맞춰 매장 규모를 국내 최대인 3만6000㎡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공연·문화·체험·관광·쇼핑을 원스톱으로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관광쇼핑 복합단지 면세점' 조성이 목표다. 발표에 앞서 580억원의 인테리어 비용을 투자, 쾌적한 쇼핑공간을 조성했으며, 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 등 국내 최다 명품 부티크 플래그십 스토어와 테마형 고객 휴식공간도 구비해 놨다. 버스 200대·승용차 6043대 주차가 가능한 공간, 인근 지하보행광장 및 차도 건설 등 교통 인프라 개선사업에도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중이다. 이 같은 계획이 이행된다면 월드타워점은 향후 5년간(누적 기준) 외화수입 5조원, 부가가치 창출 4조8000억원, 직간접 고용창출 2만7000명(2020년 기준)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간 월드타워점·롯데월드·롯데몰 등 월드타워 단지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누적으로 2800만명이 될 것으로 롯데 측은 예상했다. 월드타워점의 세계화와 함께 강남권의 관광자원 확보를 위한 시설물 조성에도 앞장선다. ▲123m 높이(예정)의 석촌호수 하모니 음악분수 ▲123층, 지상 500m 전망대 ▲1200억원을 투자한 국내 최초 빈야드 클래식 전용홀 ▲세계 최대 스크린 아시아시네마 멀티플렉스, ▲국내 최장(85m) 수중터널의 아쿠아리움 ▲414m 높이 6성급 호텔 ▲롯데월드어드벤처 등 인근 시설과 연계해 월드타워점을 강남권 최대 관광 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강남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하고, 강남북을 잇는 시티투어버스를 운영하는 한편, 세계문화유산 축제 개최, 올림픽공원 패밀리콘서트 정례화, 송파관광정보센터 시설 개선 등도 추진해 외국인 유치에 힘을 싣는다. 중소기업 지원 청년벤처기업 중 우수브랜드 발굴 지방 중소 시내면세사업자 지원, 송파구 지역경제 활성화 등 동반성장에도 적극 나선다.

신세계 분수대 야경

◆분수광장에 관람차까지 등장…볼거리 경쟁= 신세계와 SK, 두산 역시 관광벨트 조성과 상생협력에 초점을 맞춰 연일 관련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신세계는 본점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 리뉴얼을 추진한다. 앞서 중구청과 신세계, 신세계디에프는 6월30일 한국은행 앞 분수대 및 분수광장 리뉴얼을 위한 3자협약을 체결한바 있다. 당초 한국은행 앞 분수대 개선사업은 관광객의 근대 거리 체험코스의 일환으로 리뉴얼을 추진해 왔지만, 지난 9월1차 자문위원회 회의를 통해 분수광장 공간을 관광 활성화하고 '시민의 쉼터이자 만남의 장소'가 될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의미를 확장해 조성키로 협의했다. 조경, 문화재, 경관조명, 디자인 전문가 등 총 7명으로 지난 7월 출범한 자문위원회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다. 신세계는 11월말에서 12월초 2차 자문위원회를 열어 작가 및 작품선정 방법 등을 논의하고 리뉴얼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한은 앞 분수대의 면적은 총 2000㎡(605평)로 이중 분수광장이 1235㎡(374평), 분수대가 765㎡(231평)이다. 1978년에 설치된 후 37년이 지나 시설 노후화로 그동안 리뉴얼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또한 도심의 근대건축 양식의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분수광장을 '911 메모리얼 파크(Memorial Park)'와 같이 장소 상징성을 확보해 근대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심신을 위로하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을 선정해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작품선정 공감대를 위해 시민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기로 했다.SK네트웍스는 분수에 이어 관람차 등을 내걸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서울 동부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잡기 위해 관람차를 설치하고 분수쇼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또한 동대문 주변 전통시장을 5가지의 테마로 구분하여 관광명소화 하고, 글로벌 랜드마크로 떠오른 DDP와 연계해 대규모 미디어파사드 및 미디어폴 등을 설치해 동대문 야경을 또 하나의 관광 자원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워커힐에 조성돼있던 기존 카지노, 워커힐씨어터 문화공연, 수영장, 아이스링크, 캠핑장, 스파, 산책로 등 다양한 레저 및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의 경우 동대문을 입지로 내건 만큼, 인근 지역과의 공동발전을 토대로 사업자 선정의 명분을 쌓고 있다. 지난달에는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그룹이 각각 100억원을 출연, 총 200억원의 초기재원으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재단은 민·관·학 협력을 통해 동대문 지역발전을 체계적으로 추진한다. 지역 상공인이 동대문 지역 현안과 상권 발전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필요하면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적 지원도 요청할 계획이다. 도시 설계 분야 학계도 재단의 한 축으로 참여해 동대문의 체계적인 공간 개발 방향을 제시하게 되며, 두산은 운영기획 및 총괄, 재원 투자 등을 담당한다. 사업은 ▲동대문 씽크탱크(Think tank) ▲동대문 마케팅(Marketing) ▲브랜드 엑셀레이터(Accelerator) 등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된다. 한편, 관세청은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면세 사업권의 신규 사업자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 및 심사를 오는 13~14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사결과는 14일 오후 발표된다. 심사 및 PT 장소는 심사보안 문제로 11일께 각 참여기업에 공지할 방침이다.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면세점은 서울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과 롯데월드점(12월31일), 부산 신세계면세점(12월15일)이다. 서울지역 3개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는 롯데, 신세계, SK, 두산 등 4개 기업이 참여했고 부산지역 1개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는 신세계, 형지 등 2개 기업이 도전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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