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현대重 '미운오리'서 '알짜'로…현대오일뱅크 13분기 연속 흑자의 비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에서 '나홀로 흑자'내자 -업계 1위 고도화비율로 고수익 경질제품 생산 확대한 덕분-원유 도입처 다변화도 한몫

▲현대오일뱅크 충남 대산공장 내 고도화설비 전경. 현대오일뱅크는 이 설비를 통해 원유 정제과정에서 40~50%의 비율로 생산되는 값싼 중질유분을 재처리해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와 등유,경유 등 경질유를 재생산하고 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대산(충남)=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淡淡(담담)한 마음을 가집시다. 淡淡한 마음은 당신을 굳세고 바르고 총명하게 만들 것입니다."26일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인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현대오일뱅크에 도착하자 정문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친필로 작성한 비석이 눈에 들어왔다. 1989년 극동정유에서 출발해 이후 현대정유→현대오일뱅크로 탈바꿈하며 숱하게 체질개선을 해온 현대오일뱅크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정 회장이 묘하게 오버랩됐다.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은 중부권에 위치한 국내 유일한 정유공장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2011년 현대중공업에 인수될 당시만 해도 그룹 내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미운오리새끼'였지만 지금은 모기업이 조(兆)단위 적자에 허우적대는 동안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효자 계열사가 됐다. 특히 타정유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낼 때, 현대오일뱅크만 독보적인 영업이익을 내자 일각에서 '분식회계' 의혹까지 샀을 정도다. 올 3분기에도 실적부진 우려를 깨고 영업이익 1005억원을 기록, 13분기 연속 흑자를 올렸다. 타사보다 매출 규모가 1/3수준인데도 정유부문 내 영업이익은 비등한 수치다. 현대오일뱅크는 이같은 비결을 고도화율ㆍ원료다변화ㆍ부서 간 이기주의 탈피에서 찾았다. 업계 1위의 고도화비율을 바탕으로 수익성 있는 경질제품 생산을 늘린 결과다.이날 찾은 대산공장 내 제2공장에서는 값싼 중질유분(벙커C유, 아스팔트 등)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와 등ㆍ경유로 재처리되고 있었다. 현대오일뱅크는 1988년 공장 설립 당시부터 고도화설비가 설치돼있었지만 제2공장에는 고도화설비가 없어 원유가 대비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중질유제품 생산 비중이 높았다. 이에 현대중공업에 인수된 이후 총 2조6000억원을 투자해 하루 6만2000배럴 규모의 제2고도화 설비를 준공했다. 이날 제2공장에 들어서니 상압증류공정을 거친 잔사유들은 중질유 탈황공정→유동층 분해공정을 거쳐 고부가가치 제품인 휘발유, 프로필렌, 등ㆍ경유로 재처리됐다. 고도화설비 준공 이전 에는 벙커C유가 50% 이상 나와 원유 매입가보다도 못한 가격에 재고를 털어냈었지만 재처리를 통해 잔사유마저 상품화한 것.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비율은 업계 1위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비율이 34.4%에서 지난해 36.7%로 올랐고 올 여름 정기보수기간동안 추가 설비개조를 실시해 현재 39.6%까지 상승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고도화비율은 SK이노베이션 23.7%, GS칼텍스 34.9%, 에쓰오일 22.1% 등이다.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고도화비율을 40%가까이 끌어올린 점이 흑자의 가장 큰 비결"이라며 "고도화설비 확장에 맞춰 원유도입처를 다변화한 점도 원가 측면에서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원료 다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은 바로 문종박 대표다. 현대중공업 출신으로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로 통하는 문 대표는 원가절감을 위해 원료 다변화를 시도했다. 현대오일뱅크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할 당시부터 전세계 300여종의 원유 샘플 특성을 분석해 원유 도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것. 타정유사들이 최근에서야 시도하는 원유 다변화를 3~4년 전부터 실시한 셈이다. 타사들이 국내 설비에 잘맞는 중동산 원유만 고집할 때 문 대표는 에콰도르, 페루까지 직접 찾아가 원유 샘플을 구해 별도의 테스트 원유설비에 시험가동해 안전하다고 최종 판단이 나면 값싼 제3국의 원유들을 매입해왔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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