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대한민국에는 1개 특별시, 6개 광역시, 8개의 도 그리고 1개 특별자치시와 1개 특별자치도가 있다. 부산 인구는 356만명이다. 인구는 매년 줄고 있다. 그래도 인구로 보면 경기도, 서울 다음이다.예로부터 부산은 한국의 제2도시였다. 그렇게 들었고, 그렇게 배웠다. 시간을 훑어보면,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는 부산이었다. 부산을 휘어 감는 강과 둘러싼 바다는 윤택함을 선물했다. 신발산업은 부산을 일으켰고 조선산업은 성장에 힘을 보탰다. 수많은 컨테이너가 부산항에 내려졌다. 항구 중심으로 사람이 모였다. 시장이 생겼다. 도시는 팽창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영향력도 커졌다. 부산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중심축이 됐다.그러나 명성은 퇴색했다. 더는 제2의 도시가 아니다. 지역총생산을 보면 2000년까지 5위 수준이었다. 지금은 전체 7위다. 충남과 울산 다음이다. 인구는 여전히 3위다. 살기 어렵다는 말이 자연스럽다.표면적으로는 서울의 팽창 탓이다. 마치 한국은 서울과 그 밖의 도시로 구성된 나라 같다. 서울은 블랙홀이다. 비단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 입시가 대표 사례이다. 고교생들은 성적만 되면, 서울과 수도권으로 향한다. 고려 사항은 부모의 경제력이다. 부모들도 가능하면 자식의 서울행을 돕는다. 부모가 학생보다 더 적극적이다. 돈이 부족한 부모는 자식에 되레 미안해한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부산엔 일자리가 없어서다. 2000년 이후 한 해(2010년)만 제외하고 부산 실업률은 항상 전국 실업률보다 높다. 사람은 빠지는데 일자리는 없다. 덕분에 부산은 빠르게 늙어간다. 부산 인구의 평균 연령은 39.7세(2010년)다. 광역시 중엔 대구와 함께 가장 늙었다.겉으로 보는 부산은 화려하다. 여름이면 사람이 넘친다. 국제영화제는 화려함을 더한다. 벡스코와 센텀시티는 북적인다. 값비싼 주상복합은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부산 전체의 모습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광안대교 저 건너편 모습이다. 광안대교는 수영만을 가로지른다. 부산의 동서를 잇는다. 밤이면 휘황찬란함이 더해진다. 경제는 순환이 생명이다. 그러나 광안대교는 그 순환의 다리가 되지 못했다. 단절의 상징이 됐다. 부산역에 내린 관광객은 동쪽-해운대와 광안리로만 향한다. 잠자리, 먹거리, 놀 거리 모두 동쪽에 몰려 있다. 서쪽의 국제시장과 자갈치는 그냥 들리는 곳일 뿐이다. 그들은 머물지 않는다. 관광 효과는 광안대교를 넘지 못한다. 부산 내 경제 순환도 단절돼 있다. 서쪽에서 일해도 동쪽에 거주한다. 월급은 서쪽에서 받고 돈은 동쪽에서 쓴다. 동쪽은 67억원짜리 주상복합이 등장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분양한다. 그러나 서쪽은 여전히 산비탈 자락에 집이 빼곡하다. 동서의 단절은 부산 곳곳에 섞여 있다. 부산의 중심산업은 대도시답게 서비스업이다. 더는 제조업이 없다. 신발공장은 오래전 동남아로 옮겨갔다. 조선소는 빛이 바랬다. 제조업이 사라지니 자영업 중심의 서비스업은 성장이 더디다. 그래서 금융서비스가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했다. 국제금융단지는 아직 휑하다.어느덧 부산은 영화의 도시가 됐다. 그러나 영화산업도 답이 아니다. 셀 수 없는 영화가 부산을 배경으로 찍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벌써 20년째다. 영화를 찍던, 영화제를 하던 그때만 반짝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것도 아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옛날 배경이다. 아직도 부산에는 70년대 모습을 하는 곳이 많다. 세트 없이 그냥 찍으면 된다. 이 얼마나 불편한 진실인가. 또한 영화를 찍은 배우도, 스태프도 부산 사람이 거의 없다. 돈은 부산에서 벌고, 서울에서 쓴다. 영화마저도 순환이 끊긴 거다. 부산은 할리우드가 되지 못했다.부산시는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부산의 공무원 공채경쟁률은 상승 중이다. 해운대에 하늘을 찌르는 주상복합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부산 주변의 김해와 양산에 중소기업이 많다. 중소기업은 늘 청년을 필요로 한다. 혼자서 어렵다면 주변과 같이하면 된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그리고 순환하게 하면 된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