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골프산업도 '잃어버린 30년'

1990년대 초반 대비 골프인구 30% 줄어…한때 44억원 회원권 올해 4억원대로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일본 경제의 거품시대를 대변하는 스포츠인 골프가 침체의 길로 치닫고 있다.일본의 골프 인구는 1990년대 초반 전성기 대비 30%나 줄었다. 라운드당 평균 비용이 33% 감소하고 골프장 매출은 반토막났다.일본프로골퍼협회의 구라모토 마사히로(倉本昌弘)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골프업계에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며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털어놓았다.낮은 물가,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 여성 참여 부족, 노령화로 대변되는 요즘 일본 경제와 골프업계는 판박이다. 골프 연습장, 골프 장비까지 포함한 일본 골프업계의 2013년 매출은 1조3700억엔(약 13조51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전성기의 절반도 안 되는 것이다.구라모토 회장은 "추락하는 골프업계가 다시 비상하려면 여성ㆍ가족 친화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미국 프로골퍼 잭 니클라우스의 말마따나 "골프의 추락은 세계적 현상"이다. 그러나 골프업계의 위축이 일본만큼 두드러진 나라도 없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 기업 신입사원들은 연수과정의 일환으로 골프를 배웠다. 직원들은 상사의 골프를 예약하기 위해 도쿄(東京)로부터 100㎞ 넘게 떨어진 골프장으로 달려가 길게 줄까지 서야 했다.직원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상사를 태우고 골프장까지 2~3시간 차 몰고 달리기 일쑤였다. 접대 대상인 고객에게는 새 골프 공ㆍ클럽ㆍ의류를 선물하곤 했다. 게임에서는 몇 타 차이로 고객에게 져주는 게 관행이었다.거품시대의 이런 기업 관행으로 젊은이들은 직접 필드에 나갈 일이 별로 없었다. 그 결과 지난 10년 사이 71세 이상 골프 인구만 100만명 늘었다.골프장 7개를 보유한 데스카 히로시(手塚寬) 대표는 "일본에서 골프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흔히들 골프 하면 회사 돈으로 치기, 접대용, 회원권으로 신분 과시하기, 가족은 뒷전이라는 생각부터 떠올린다는 것이다.도쿄(東京)도 고다이라(小平)에 자리잡은 고가네이(小金井) 컨트리클럽의 경우 1980년대 후반 4억5000만엔이었던 회원권 가격이 현재 4000만엔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도 일본에서는 비싼 편에 속한다. 도쿄 주변의 다른 골프클럽 회원권 가격은 8만엔 정도다. 상당수 컨트리클럽은 비회원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일본에서 지금까지 폐쇄된 골프장은 200개 정도다. 몇몇 골프장은 도시에서 너무 멀어 외면당한 것으로 보인다. 도시 근교에서도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된 판에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살아남은 골프장이라도 젊은이들의 자동차 보유율이 떨어지면서 고객 유치에 애먹고 있다. 자동차와 골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젊은이들은 골프보다 사이클링과 하이킹을 선호한다.이에 골프 장비를 필드까지 실어준다든가 렌터카 업체와 손잡고 할인가로 자동차를 빌려주는 골프장도 있다.지난해에는 대학생들에게 1년 무료 라운드를 서비스하는 골프장도 생겼다. 부부나 연인에게 특별 할인해주는 컨트리클럽도 있다.데스카 대표는 각급 학교가 방학 중인 지난달 첫 주 골프장을 완전 개방했다. 부모가 필드를 돌 때 아이들이 축구를 하거나 잔디 슬로프에서 미끄럼을 타고 워터해저드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과거 초보자는 골프 연습장에서 1만번 볼을 쳐야 필드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데스카 대표는 초보자용 단거리 코스를 개설하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복장 규정도 느슨해져 오키나와(沖繩)현과 도치기현의 컨트리클럽에서는 청바지 차림으로 필드에 나서는 날을 마련했다.그러나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려는 골프장의 온갖 노력에도 미에(三重)현의 도바(鳥羽) 컨트리클럽, 나가노(長野)현의 스와(諏訪) 골프클럽에서는 현재 태양광 발전소로 탈바꿈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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