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타로증시]신뢰를 잃은 '여사제', Fed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주 국내증시 및 글로벌 증시의 화두는 단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였다. 한국시간으로 18일 새벽에 연준이 금리동결을 선언하면서 신흥국 증시의 안도랠리 기대감은 더욱 확대됐다. 이날 코스피는 2000선을 육박하며 199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 역시 690선을 회복해 700선 고지를 넘보게 됐다.그러나 이번 금리동결조치로 세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확대됐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둔화 우려에 휩싸여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불안감까지 떠안게 된 시장은 단기 안도랠리 이후 점차 불안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동결은 증시로 따지면 유동성 장세가 지속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 사안만 놓고 보면 분명 호재다. 하지만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안겨줬고 그동안 각 사안마다 뚜렷한 자기방향을 보여줬던 연준이 중국 및 신흥국 경기둔화를 이유로 금리 인상 결정을 번복했다는데 시장은 실망한 모습이다. 시장이 연준에 기대했던 역할은 타로카드의 고위여사제(High Preiestess)와 닮았다. 그림을 자세히보면 사제복을 입은 여성이 검은기둥과 흰 기둥 사이에 앉아있는데 이는 어떠한 사안이든 한쪽에 쏠려 바라보지 않겠다는 엄정한 중립성을 뜻한다. 여사제가 손에 들고 있는 토라(Tora·신의 계시)는 하늘의 뜻, 순리에 맞는 선택만을 하겠다는 의미다. 고대의 고위 여사제는 오라클(Oracle)이라 하여 신의 계시를 음성으로 전달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여기서 계시란 국가 운영과 관련된 군사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뜻한다. 사제집단은 당시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 사회에서 찾는 해결책에 대해 신의 이름을 빌려 전달하는 일종의 자문역할을 했다. 그러므로 그 권위는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연준은 그동안 금리정책을 결정하면서 일관된 원칙하에 움직여왔고 시장에 줬던 신호대로 움직여왔다. 그러나 이번 9월 금리인상이 좌절되면서 연내 금리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커지기 시작했다. 다음번 10월 FOMC에서는 단순 성명만이 발표되며 사실상 금리인상이 가능한 시점은 12월 FOMC로 예상되지만 12월 결산법인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했을 때 시장충격을 고려해 내년으로 금리인상 시점이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어졌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결정으로 시장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정책 불확실성 확대까지 함께 짊어지게 됐다"며 "국내증시는 단기 안도랠리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및 신흥국 통화의 전반적 약세기조가 지속되면서 증시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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