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자 1위 하고도 집권 못할 수도 vs 신민당은 1, 2위 상관없이 연정 참여 가능성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그리스 조기총선 투표가 20일 오전 7시(현지시간)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에 이어 그리스 국민들이 치르는 올해 두 번째 조기총선이다. 지난 7월 구제금융 합의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포함하면 세 번째 전국 선거가 치러지는 셈이다. 여론조사 결과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신민주당의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근소하게나마 지난 총선에서 정권 창출에 성공했던 시리자가 조금 앞서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리자가 다시 1위를 차지하더라도 정권을 잡지는 못할 수 있다. 집권 전 공약과 달리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시리자 대표)가 구제금융 조건인 긴축을 수용하면서 시리자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강성 좌파들은 시리자에 등을 돌린 상태다. 게다가 시리자와 손잡고 정권을 창출했던 그리스 독립당은 이번 선거에서 의석 확보를 위한 3% 커트라인을 넘어설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리스 의석은 총 300석이며 이 중 250석은 득표율 3%를 넘어선 정당을 대상으로 지지율에 따라 의석 배분이 이뤄진다. 나머지 50석 모두는 지지율 1위 정당에 보너스 형식으로 모두 배분된다. 2위와 3위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1위와 2위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인 셈이다. 좌파에게 비난받는 좌파가 돼버린 시리자는 원내 1당을 차지하고도 연정을 구성할 파트너를 찾지 못해 정권 창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시리자가 1위를 차지한 후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신민주당과 대연정 외에는 방안이 없어 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치프라스 대표는 지난 14일 TV토론에서 시리자와 신민주당은 근본적으로 달라 공존할 수 없다며 대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신민주당은 시리자에 비해 정권 창출이 더 수월한 편이다. AP통신은 신민주당이 중도 우파 성향의 사회당, 포타미와 힘을 합쳐 연정을 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민주당의 에반겔로스 메이마라키스 대표는 치프라스 전 총리와 달리 대연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요컨대 신민주당은 투표 결과 1위든, 2위든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시리자는 1위를 하고도 정권을 창출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인 셈이다. 3위가 예상되는 극우 성향의 황금새벽당은 어느 정당과도 손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월 총선과 7월 국민투표 결과를 감안하면 이번 총선에 대해 그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리스 국민들이 항상 예상과 다른 선택을 했던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1월 총선에서는 시리자에 예상 외의 압승을 안겨줬고, 7월 국민투표에서는 구제금융 조건을 수용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깨고 거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AP는 990만명의 유권자 중 상당 수가 투표 이틀 전까지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못 했으며 아예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