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살바도르 아옌데(왼쪽)와 피노체트
공개된 CIA의 문서에 따르면 아옌데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칠레의 경제 위기를 만들라고 CIA에 지시했고 쿠데타를 기획했으며 피노체트가 권력을 잡자 그를 지지했다고 한다. 조지 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문서연구소는 지난 2013년 국가 문서를 인용해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닉슨을 설득해 아옌데 정권 전복에 나섰다고 밝혔다. 전화 녹음까지 포함된 이 기록에서 키신저는 "미국이 쿠데타를 도왔다. 최선의 조건을 만들었다"고 했으며 3년 뒤 피노체트에게는 "우리는 당신을 지원한다. 당신은 아옌데 정권을 붕괴시켜 서방 진영에 큰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하지만 미국이 지원한 피노체트 정권은 칠레에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옌데의 사망과 함께 칠레 민주주의도 사망했다. 공식 기록만 봐도 3197명이 숙청됐고 실제로는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여전히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는 1000여명 이상이고 10만 명이 고문으로 불구가 되고 100만 명이 국외로 추방됐다고 한다. 피노체트는 장기집권을 노린 신헌법을 만들고 민주화 요구를 묵살한 채 독재를 이어갔다. 17년 동안 권좌에 앉아 학살을 일삼던 피노체트는 집권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1988년 국민투표에서 패한 뒤 시민들의 대통령선거 요구에 굴복하고, 1990년 선거에서 지면서 물러나게 된다. 피노체트는 2000년 이후 인권유린 등의 혐의로 300여건 기소를 당했지만 건강을 이유로 재판을 거부했고 2006년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은 채 사망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