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오종탁 기자] 8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20만명대로 떨어지며 최근 4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취업을 원하는 주부, 아르바이트 학생 등 '숨은 실업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5개월래 최고 수준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대타협이 노사정(勞使政)의 기득권 싸움에 삐걱대는 사이, 일자리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1년새 반토막 나고 체감실업률이 10%대를 웃도는 현 상황은 한국 노동시장이 처한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평가다. 다만 청년실업률은 작년 11월 이후 가장 낮아 개선세를 나타냈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14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만6000명 증가했다. 지난 4월(21만6000명) 이후 최저 증가폭이다. 1년전 59만4000명에서 급감했다. 매년 8월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3000명)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이는 올 들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주저하고 구조조정 등을 단행한 여파로 풀이된다. 경기둔화가 지속되며 자영업자 규모도 1년전보다 18만3000명(-3.1%) 줄었다. 그나마 늘어난 취업자도 50∼60대 고령층에 집중됐다.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지난해 이른 추석에 따른 기저효과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둔화됐다"며 "농림어업, 금융보험업은 고령화와 구조조정 등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통상 7∼8월은 방학을 맞은 아르바이트 학생 등이 늘어나는 시기지만 취업자 수 증가폭은 최근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를 지난해 이른 추석에 따른 기저효과와 인구 감소에 따른 추세라고 진단하면서도 그 이면에 양극화 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특히 체감실업률을 가리키는 고용보조지표3(11.5%)은 11%대에서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전년 대비로는 0.9%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2013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0.4%포인트 감소한 8.0%로 작년 11월(7.9%) 이후 가장 낮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취업자보다 취업준비자가 많이 늘었다"며 "청년들의 구직활동이 줄어 실업률이 떨어진 것이지 개선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청년 실업자는 34만5000명으로 전체 실업자(92만3000명)의 37%를 차지했다. 비경제활동인구(1602만2000명) 가운데 언제든 실업자로 편입될 수 있는 구직단념자는 53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5000명 늘었다. 2014년 기준변경 이후 최대치다.8월 고용률은 60.7%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이 되는 15∼64세 고용률은 65.9%로 0.2%포인트 올랐다. 실업률은 0.1%포인트 오른 3.4%를 기록했다.
정부는 향후 내수가 회복되면서 고용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저성장 기조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선 일자리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고용지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경기회복과 함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특히 정년연장제도가 정착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되는 향후 5년은 노동개혁이 이뤄져야 할 중요시기로 손꼽힌다. 노사정은 지난달부터 대타협 논의를 재개했으나, 지난 4월 결렬 당시처럼 일반해고 기준ㆍ절차 명확화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라는 2대 쟁점에 발목 잡혀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쟁점을 중장기과제로 돌리고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단기적과제에 대해 먼저 대타협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 방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경우 4월 대타협 결렬 당시 논의에서 한발도 못나간 '절반의 타협'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한 노사정 대표 4인은 대타협 시한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회동을 갖고 노동개혁을 위한 주요쟁점을 논의한다.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15∼64세 인구가 줄어드는 향후 5년이 일자리문제 해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낮은 수준에서 고용률이 고착화하면 복지수요 증가와 맞물려 고용-분배-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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