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일본의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경영승계를 인정함으로써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이 한고비를 넘기게 됐다. 한국과 일본에 걸쳐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 오너 경영인의 안하무인식 황제경영 그리고 불투명한 경영관행 등 롯데그룹은 한국 재벌의 부끄러운 민낯을 다시 한 번 세상에 드러냈다. 대우조선해양의 무책임한 행태도 지탄받아 마땅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3조원이 넘는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동안 손실을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 등의 위법적 행동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혹을 사고 있다.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도 과거에 쌓은 손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로 투자자 및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회계 및 감사의 역할 부재, 투자자 보호 취약, 소액주주 권리 보호 취약 등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무역규모 1조달러를 넘기고 경제규모 10위권에 진입한 경제대국. 불과 60여년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의 문턱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의 경제성과가 빛날수록 그 그림자 또한 유난히 짙다. 빛과 그림자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세계경쟁력연감이나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5월 발표한 IMD의 세계경쟁력연감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순위 25위를 기록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부문별 격차가 심했다. 경제성과, 기술 인프라, 고용, 과학 인프라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반면 경영관행, 물가, 기업관련 법규 등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경영관행은 61개 국가 중 53위를 기록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경영관행에 해당하는 평가항목은 시장 변화에 대한 기업의 적응력, 기업의 윤리경영, 기업 이사회의 역할, 회계 감사 기준의 엄격성과 관리 그리고 경영진에 대한 사회의 신뢰도 등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관행에서 특히 취약한 부분은 이사회의 효과적 역할(60위), 회계 및 감사의 엄격성(60위), 소액주주 권리 보호(57위), 사회의 경영자에 대한 신뢰도(57위), 기업의 적응력(55위), 노사관계(57위), 금융 및 은행권의 규제 적절성(51위) 등이었다. 매년 9월에 국가경쟁력 평가결과를 발표하는 WEF도 우리나라의 기업 관련 제도가 매우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WEF 평가에서 상품시장 효율성, 기업활동 성숙도 및 혁신역량 등에서 비교적 높은 순위를 기록한 반면 제도부문에서 82위를 기록했다. 그중에서 기업관련 제도가 특히 취약했는데 그 항목은 기업 이사회의 역할, 기업 감사 및 보고의 관리, 소액주주 권리 보호 등으로 IMD 결과와 거의 비슷했다. 국가경쟁력이란 '국가 또는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 상대국 또는 기업에 비해 보다 많은 부를 창출하는 역량'(IMD) 또는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일련의 제도 및 경제정책'(WEF)이라고 정의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가경쟁력을 '국민의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한 국가의 총체적인 역량'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기업경쟁력은 국가경쟁력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며 기업은 실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역이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기업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일이다. 지난해 WEF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기업의 윤리적 행동에서 95위, 이사회 역할에서 126위, 소액주주 권리보호에서 119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부탄, 캄보디아, 케냐, 체코보다도 낮은 부끄러운 순위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주장하기에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기업들의 부끄러운 행태가 마음에 걸린다. 9월이면 올해 WEF 보고서가 나올 것이다. 소액주주를 무시하고 투자자에 무책임한 기업 경영인, 감사 및 회계 기준을 엄격하게 시행하지 않는 회계법인과 감독을 소홀히 하는 당국, 그래서 경영인을 신뢰하지 않는 사회. 쳇바퀴처럼 순환되는 잘못된 기업 관행이 기업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까지 훼손하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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