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서 터져나오는 불만
진영 전반에 대한 경고등 켜져
"선거에서 누구든 안 찍을 것"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 제명과 절윤(絶尹) 논란으로 내홍을 겪는 사이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는 민심이 얼어붙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냉소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한 전 대표가 6·3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떠오르는 가운데 이를 두고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보수 전반을 향한 분노와 체념이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구 젊은 민심 "관심 없어…실망 크다"
한 전 대표가 제명 뒤 첫 공식 행보로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지난달 27일. 이날 오후 시장을 찾은 한 30대 여성은 한 전 대표 행보를 어떻게 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별로 안 좋아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냐는 질문에는 "솔직하게 지금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먹고 살기 바쁘다"고 한탄했다.
이 여성은 "서민들은 이렇게 힘든데 윗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살지 않냐"며 "국회의원 월급 하나만 줄여도 서민 대여섯 명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크다"며 질문을 더 받지 않고 자리를 빠르게 떴다.
젊은 세대 다수는 이처럼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문시장 옷가게에서 일하는 직원 박모(40)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정치인 방문으로) 가게 앞에 인파가 쏠리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 오히려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대구역에서 만난 김모(26세)씨도 "(정치는) 잘 알고 싶지 않다"며 무표정으로 말했다.
韓 출마 가능성에 반응 엇갈려
오는 6월 재보궐 선거 출마설이 나오는 한 전 대표가 제명 뒤 첫 공식 행보로 대구를 찾으며 공을 들였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구 민심은 나뉘었다. 서문시장에서 속옷 가게를 운영하는 한 중년 상인은 익명을 요청하면서 한 전 대표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 "어림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우리를 뭘로 보느냐"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대구역에서 만난 고모(60)씨는 "(한 전 대표가 선거에 나온다면) 찬성이다"며 "절윤이 필요하다고 보고 나는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에서도 지지하는 사람이 제법 있는 것 같다"며 "정치 이야기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지만 내 주변은 다 같은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분열하는 보수 정치권 전반에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서문시장의 장년층 상인은 "똘똘 뭉쳐도 먹고 살까 말까 한데 뭐 하는 짓이냐"며 "한동훈이나 윤석열이나 다 똑같다"고 비판했다. 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성모(67)씨는 "이럴 거면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기울자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했다.
대구 역사 내 식당에서 일하는 김모(62)씨 역시 "한동훈도 그렇지만 국민의힘도 문제"라며 "본인들끼리 싸우기 바쁘지 않냐"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문제가 빨간 당만 찍어준다는 것"이라며 "나는 이번 선거에서 누가 나오든 찍지 않고 투표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韓, 재보궐 나왔으면" vs "국힘 지도부 도와야"
한편 이날 한 전 대표 지지자들과 반대 세력들은 시장 입구에서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서 대치했다. 한 전 대표가 시장에 도착하기 전 이들 간에 고성이 오가면서 긴장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지지자들과 반대 세력들은 각각 현장에서 한 전 대표와 국민의힘 당권파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한 전 대표를 지지하기 위해 경산에서 왔다는 김진숙(65)씨는 "국민의힘이 보수를 대변하지 않는다"며 "지금 야당은 야당의 역할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재보궐 선거에 나와서 일해줬으면 한다"며 "나라가 어수선하니 좀 더 편안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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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자신을 대구구국투쟁본부 수석대표라고 소개한 김학노(75)씨는 "한동훈이 배신하면서 나라가 이 지경이 됐다"며 "한동훈 때문에 윤석열이 탄핵을 당했고 국민의힘이 무너졌다"고 했다. 또 "장동혁 대표가 당에서 역할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중진들이 계속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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