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서 가장 큰 비중·2020년엔 구매력 1조4000억弗…기업들 밀레니엄 잡기 고심
▲밀레니엄 세대를 커버 스토리로 담은 타임지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맥주보다는 와인을 즐깁니다. 뉴스는 CNN·뉴욕타임스(NYT)보다 페이스북을 통해 접하죠. 다큐멘터리는 재미없고 먹방을 즐겨 봅니다. 종교는 없고 선거 날에는 나들이를 갑니다. 정치나 종교는 과거 세대들의 관심사항 아닌가요.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죠."밀레니엄 세대의 현주소다. 밀레니엄 세대는 1980년 이후 출생해 2000년대 들어 성인이 된 사람들을 일컫는다. 정의는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다. 대체로 1981~1996년생을 말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와 1960년대 중반~1980년대 초에 태어난 X세대의 바로 다음 세대다. 미국 정부와 언론들, 기업들이 최근 밀레니엄 세대를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경제의 중심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세대의 노동력과 구매력은 미국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밀레니엄 세대 근로자수는 올해 5350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X세대보다 많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고령화로 노동시장을 떠나고 있고 X세대는 장년층으로 접어들었다. 향후 밀레니엄 세대가 소비, 고용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의미다. 현재 20~30대 중반인 밀레니엄 세대는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중심이다. 시장정보업체 e마케터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의 구매력은 오는 2020년까지 1조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대 기술 혁명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밀레니엄 세대는 모바일, 정보기술(IT) 기기를 다루는데 능숙하다. 미국 스마트폰 인구의 85%는 밀레니엄 세대다. 이들의 83%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의 61%가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공공분야 뉴스를 접한다고 답했다. 밀레니엄 세대는 가장 권위 있는 언론사로 뉴욕타임스 대신 인터넷 언론인 구글뉴스나 버즈피드를 꼽는다.이는 베이비부머 세대와 정확히 반대된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대부분의 뉴스를 TV를 통해 접했다. 둘 사이에 낀 X세대의 경우 TV와 페이스북의 비중이 51%, 46%로 비슷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밀레니엄세대와 소통하려는 기업 광고가 늘면서 수혜를 입고 있다고 풀이했다.브루킹스 연구소는 "밀레니엄 세대의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진입하면서 '주식회사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풍경까지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드 자동차는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 보고서에서 미래를 주도할 5가지 '메가 트렌드' 중 하나로 밀레니엄 세대의 부상을 꼽았다.
기업들은 밀레니엄 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있다. 밀레니엄세대의 눈에서 벗어나는 순간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혼다자동차 미국법인은 지난해 말 '혼다 스테이지(Honda Stage)'라는 멀티 플랫폼 음악 공간을 개설했다. 음악과 자동차를 좋아하는 밀레니엄 소비자들과의 소통하기 위해서다. 유튜브에 개설된 음악 채널을 통해 북미 전역의 라이브 콘서트를 생중계하고 젊은층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정해 틀어준다. 인터넷 방송국 '아이하트라디오(iHeardRadio)'와 손잡고 직접 뮤지션들을 초청해 콘서트도 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혼다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혼다 차량 구매자들의 평균 연령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배경이 있다. 젊은 층들이 혼다 브랜드에 대해서 멀어지고 있으니 그들의 관심을 유도할 만한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도요타 자동차도 길거리 음악 캠페인 '필링 더 스트리트(Feeling the Street)'를 시작했다. 포드 자동차는 젊은 음악 작곡가들에게 하이브리드 자동차 씨맥스를 작업공간으로 제공하는 '송스 더 로드(Songs the Roa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모두 밀레니엄세대를 주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밀레니엄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탈정치화, 탈종교화다. 샌디에이고주립대학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밀레니엄 세대를 미국 역사상 가장 비종교적인 세대라고 꼽았다. 무교이거나 종교 의식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는 응답이 이들 세대에서 유독 높게 나타났다. 밀레니엄 세대를 대상으로 한 퓨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에서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는 50%에 달했다. 이전까지 특정 세대를 상대로 한 정치적 독립성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투표할 때는 민주당을 뽑겠다는 응답자가 더 많아 진보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밀레니엄 세대 가운데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30%로 보수적이라는 응답(28%)보다 많았다. 보수적이라는 응답이 진보를 두 배 이상 앞지른 베이비부머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밀레니엄 세대가 사회의 주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미국 사회의 진보적 성향은 당분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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