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종식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안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올 여름휴가를 떠날 수 있을지 관심이 간다. 대통령의 휴가는 공직사회를 포함해 전 국가적으로 ‘이제 편하게 휴가를 사용해도 된다’는 사인을 줄 뿐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결정도 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 각 부처가 '국내여행 가기 운동'을 솔선수범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휴가를 떠날 것인지 여부는 다분히 메르스 종식에 달려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앞으로 신규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8월초나 중순쯤 종식 선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휴가 절정기인 7월말, 8월초가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민생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사람들은 설, 추석 명절과 함께 여름휴가 때 돈을 가장 많이 쓴다. 정부 입장에선 어떻게든 7월 마지막 주가 되기 전에 사실상의 종식선언이라도 할 수 있어야 메르스로 인한 내수침체를 극복할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완전 종식은 아니라도 현재 ‘주의’ 단계를 ‘관심’으로 낮추며 분위기를 만들어가지 않겠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부산시의 경우 20일 메르스 종식 선포와 기념식 개최를 준비하고 있어 분위기는 어느 정도 무르익은 상황이다. 메르스 확산의 상징적 장소가 돼버린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조치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보건당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일을 기해 집중관리병원 해제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도권의 메르스 비상국면 종식을 의미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일단 상황은 박 대통령 생각대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다만 여권 내분과 국정원 해킹 논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심한 점을 감안해 박 대통령은 다소 조용한 휴가를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박 대통령은 7월 28일부터 8월 1일까지 5일간의 휴가 내내 관저에 머물며 국정구상을 다듬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는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3달여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휴가 기간 중 페이스북에 “힘들고 길었던 시간들... 휴가를 떠나기에는 마음에 여유로움이 찾아들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 시간동안 남아있는 많은 일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더운 여름, 모든 분들이 건강하길 바라면서"라는 심정을 남겼다.
(사진출처 : 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별다른 이슈가 없던 취임 첫해 박 대통령은 7월 29일부터 5일간 휴가를 보냈는데 이틀 정도 경남 거제 저도에서 지냈다(사진). 이곳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지어진 별장으로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곳이라고 박 대통령은 현지에서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심정을 전했다. "추억 속의 저도... 35여년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 켠에 남아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 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 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잡는다. 복잡하고 힘든 일상을 떠나 마음을 식히고 자연과 어우러진 백사장을 걸으며..."박 대통령은 저도 방문을 제외하고 나머지 휴가기간을 청와대 관저에 머물려 국정구상에 몰입했고 복귀하자마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새로 임명하는 등 청와대 개편을 발표했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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