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으로 분열된 그리스…경제는 휴업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드라크마(그리스의 옛 통화)를 부활시켜라" 29일(현지시간) 저녁 그리스 수도 아테네 중심부 산티그마 광장. 1843년 그리스 최초의 헌법이 공표됐던 '민주광장'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요구하는 성난 시민들이 외친 구호다. 1만7000여명의 시위대는 한 손에는 그리스 국기를, 다른 손에는 국제채권단을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채권단측 협상안 반대를 소리 높여 주장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유로존 탈퇴로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리스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시민들은 국제채권단의 최후통첩과 협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면서 이들의 시위를 부추겼다. 채권단 협상안에 찬성하는 측도 30일 대규모 시위를 열 계획이다. 친 유럽연합(EU) 성향의 정치인과 기업인, 지역 정부들은 힘을 합쳐 '예스 캠페인'을 꾸렸다. 5일로 예정된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측 협상안에 찬성표를 던져 유로존 잔류에 앞장서기 위함이다. 게오르그 카미니스 전 아테네 시장은 TV에 나와 "반대표를 던지는 바보같은 짓을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유로존에 남아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구제금융 찬반을 놓고 그리스 사회가 양분되는 동안 시민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철문이 닫힌 은행들 앞에는 영업중단 소식을 뒤늦게 접한 노인들과 연금수급자들이 몰려들었다. 마트에는 생필품을 미리 사 놓으려는 소비자들로 북새통 이뤘고 주유소마다 기름을 채우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그리스 정부는 국민투표 준비에 한창이다. 투표가 일주일도 채 안남았지만 1600만장의 투표용지와 봉투를 지방정부에 전달한 뒤 각 가정에 우편으로 배송해야 한다. 그리스가 공개한 투표용지에는 '채권단의 협상안을 수용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함께 '아니다'라는 칸이 위에, '그렇다'라는 칸은 아래쪽에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반대를 유도하기 위해 '찬반' 투표가 아니 '반찬' 투표를 실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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