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 논란, 검찰 고발 후폭풍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 사안은 검찰 고발과 함께 그 후폭풍이 상당히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문단에서는 이번 문제를 문학계 내부 자정의 계기로 삼고, 시장 편향적인 문학권력을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인들의 자성만으로는 문학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지난 16일 작가 이응준씨가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코아에 신경숙이 일본 극우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데 이어 18일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신 작가를 검찰에 고발한 데 따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한 이응준씨를 비롯, 문학계에서는 검찰 고발에 대해 반대하고 나서며 "문학계의 자정능력에 맡겨야 한다"라는 의견들이 중론을 이루고 있다.또한 문단은 특정 출판사 중심의 문학시장, 표절 등에 대한 공론장을 마련키로 했다. 오는 23일 오후 4시 서울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선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공동으로 '최근의 표절 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를 주제로 해 토론회를 개최한다.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현택수 원장이 문학계 인사도 아니고, 검찰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이건 문단의 자정능력에 맡겨야 할 일이다. 성숙한 토론과 논의를 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근대문학 100년 역사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문단의 자정능력으로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대표적인 작가와 출판사가 결합된 이번 사건에서 이제는 '교훈'을 얻고 자기성찰을 해야 할 때"라며 "'분지'나 '오적'처럼 반공법 위반혐의로 국가권력의 수사대상이 되었던 작품은 있었지만 '표절'을 검찰에 고발하여 수사를 촉구하는 예를 본 적은 없다. 이것은 한국문단이 성숙한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고발한 분은 숙고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이번 사안과 관련, 작가들의 공론과 자성만으로는 문학계의 고질적 병폐를 끊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는 전화인터뷰를 통해 "(신경숙 표절논란) 문제는 법정이 아닌 공론으로 풀 문제"라면서 "특히 이번 문제는 '문단 권력'에 핵심이 있다. 문단 권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시장 논리로 구성된 담합구조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금 한국 문단의 문제점은 과거 시민사회로서의 역할이 사라지고, 2000년대 들어 창비나 문학동네 같은 특정 거대 출판사 중심으로 틀을 이뤄왔다. 이런 구조가 신경숙 작가의 표절을 묵인시켜 온 것"이라며 "뛰어난 문학작품을 쓴다고 해서 책이 팔리는 게 아니다. 그 책이 유명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에 팔리는 구조가 됐다. 작품으로 평가받기 보다는 '어떤 작가'라는 상징자본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미 문인들 사이에 계급화가 이뤄지고, 참신한 신인들이 등장하는 일이 어려워졌는데 문인들의 자성만으로는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문학이 가지고 있는 본래성, 시장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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