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쪽 개혁'에 그친 공기관 구조조정

정부가 어제 2단계 공기관 개혁 조치를 내놨다. 효율성이 낮은 조직을 정리하고 유사 중복 업무를 통합하는 등 공공기관을 핵심기능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친 '공공기관 기능조정' 추진계획은 사회간접자본(SOC), 농림ㆍ수산, 문화ㆍ예술 등 3개 분야 87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기관 개혁의 단골 대상이 돼온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물류 화물역을 127개에서 꼭 필요한 80개로 줄이고 물류, 차량정비ㆍ임대, 유지보수 등 3개 분야는 책임사업부제를 거쳐 자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180조의 부채를 지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중대형 분양주택 공급사업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농어촌공사는 SOC 설계ㆍ감리와 수변개발 사업 등을 민관에 이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계획이 실행되면 절감 또는 재배분되는 예산이 7조6000억원, 대상 인력은 5700명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부문이 주관하던 대규모 건설사업을 민간으로 넘기면 1조원이 넘는 신규 투자가 일어나 경기회복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공기관의 비효율성을 떠올리면 개혁은 필수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는 국민 기대에는 크게 미흡하다. 4대 항만공사와 예술진흥기관 통폐합 방안은 제외됐다. 힘있는 기관은 쏙 빠지고 작은 기관만 통폐합 대상에 들어가 '반쪽 개혁'에 그쳤다. 인력감축을 하지 않고 재배치한다는 것도 개혁의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  부채가 쌓여도 계속 몸집을 불려온 것이 공기업의 행태다. 개혁의 고삐를 죄지 못한다면 그같은 구태는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는 고삐를 더 조여야 한다. 최소한 이번 계획이라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앞으로 부처별로 계획을 실행하는 단계에 들어갔을 때 해당기관과 노조의 저항과 반발이 예상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버텨보자는 심리도 예상된다. 이 때문에 10월에 발표할 연구개발(R&D)ㆍ교육, 에너지, 산업진흥, 보건ㆍ의료, 정책금융, 환경 등 나머지 6대 분야 공공기관 기능 조정을 포함해 박근혜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을 감안하면 올해가 공공기관 정상화의 틀을 잡을 마지막 기회다. 지속적으로 개혁을 밀고 나가는 끈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공기관 개혁을 추진해 기관의 효율을 높이고 건실한 기관으로 탈바꿈시키기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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